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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입주민 이야기
2022.02.21 13:44

어찌저찌 입주했습니다(유지예님)

 

"원룸형 사회적주택에 입주한 후 4월에 처음으로 반상회에 참여했는데, 참 따뜻한 분위기였다. 회의뿐만 아니라, 입주민 개개인의 안부를 묻고 함께 사는 반려동물(내가 입주한 사회적주택은 반려동물과 입주 가능한 주택이다.)에 대한 안부도 서로 궁금해 했다. 마치 한 집에 사는 공동체 같았다." - 본문 중

 

 

어찌저찌 입주했습니다

 

사회주택명: 석관동 청년마을
운영기관: 나눔과미래
작성자: 유지예님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해 자취를 선택하게 됐다. 사회적주택을 알기 전까진 원룸에서 둘째와 함께 살았다. 두 명이 누우면 더 이상 자리가 없다는 것,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는 상황에서 생기는 갈등을 겪으면서 더 넓은 공간에 대한 갈망은 커져갔다.

  두 번의 이주 후, 서로의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사회적주택 셰어하우스를 알게 되어 막내도 함께 삼 남매가 입주했다. 하지만 원룸에서 생활하며 둘째와 겪었던 일련의 갈등은 쌓여서 결국 터지고 말았다. 우린 공간 분리를 해야만 했고, 나는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관계에서 생긴 상처를 치료받기 위해 상담을 받았다.

  동생과의 갈등은 우리가 안 맞았기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을까? 지금 그 원인에 대해 대답하자면 나는, 주거불안정이 불러온 스트레스에 더 힘을 실을 것이다. 두 명이 누우면 자리가 아예 없는 좁은 원룸이 월 37만 원. 두 명 사이의 분리된 공간이 없었고, 빛이 들지 않고 세탁기와 화장실, 부엌에 난 외부 창문이 없어 항상 습했던 원룸 월 40만 원. 학교를 다니며 알바를 하면서 힘겹게 월세를 감당하던 집엔, 그렇게 서로 상처가 된 둘만 남았다.

  막내까지 군대를 가자 동생들이 떠난 자리에 나만 남게 되었는데, 그동안 함께 쌓아왔던 짐의 양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남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셰어하우스에 두기엔 양심 없는 짐이었다. 혼자 살 집을 구해 돌아다녔지만, 서울엔 내가 모은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은평부터 노원까지 근 몇 개월을 부동산에 매달렸다. 그러나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구하고 싶다는 내 염원을 비웃듯, 부동산 업자는 나는 외관만 봐도 어느 집이 원룸인지 다 안다.”라며 자랑처럼 얘기했다. 외관만 봐도 원룸 여부를 알 수 있는 집. 내가 처음 들어갔던 원룸도 그랬다. 작은 건물에 난 밀집된 작은 창문들. 한 집에서 난 창이 아닌 것을 입주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 좁은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걸까?

  고민을 하던 찰나, 대기하고 있던 원룸형 사회적주택에 공실이 났다. 하지만 모아둔 돈은 보증금을 내기엔 부족했다. 보증금만 마련할 수 있다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로, 풀옵션에 베란다까지 있는 원룸에 입주할 수 있었다. 마침 나눔과미래의 따뜻한사회주택기금에서 사회적주택 입주민 보증금 융자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해 보증금을 전환하여 월세를 낮춰 입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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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이전 주거 환경에선 공간이 부족해 달 수 없었던 CD플레이어를 책꽂이에 달았고,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 좋다.
사진2-3) 이사 후 친구에게 대접한 집밥!

 

  원룸형 사회적주택에 입주한 후 4월에 처음으로 반상회에 참여했는데, 참 따뜻한 분위기였다. 회의뿐만 아니라, 입주민 개개인의 안부를 묻고 함께 사는 반려동물(내가 입주한 사회적주택은 반려동물과 입주 가능한 주택이다.)에 대한 안부도 서로 궁금해 했다. 마치 한 집에 사는 공동체 같았다. 물론 각각의 집이 따로 있으니 서로 적당한 만큼의 거리를 존중했다. 낮은 월세로 입주해 여유분으로 상담치료를 받으려 했었는데, 집안이 주는 안정감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컸다. 6개월간 진행했던 상담치료를 그만두고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으며, 입주민 커뮤니티 모임 중 공예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웠던 오늘이었는데, 이젠 매일매일 내가 무엇을 할지 기대된다. 어찌저찌 입주한 이 집에선 부디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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