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리는 걱정이 있을 땐 함께 털어놓는 사이, 즐거운 일이 있을 땐 함께 웃는 사이로 각자의 서울 생활을 견뎌나가는 중이다." - 본문 중 -
사회주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 302호 이야기
사회주택명: 달팽이집 연희점
운영기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작성자: 고여울님
‘그 집은 벌써 다들 친해지셨나봐요’
‘저희 집이요?’
‘네. 막 누구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집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반겨주시던데’
커뮤니티실에서 만난 옆 집에 사는 분이 내게 해준 말이다.
첫 독립으로 쉐어하우스형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생겼다.
그것도 20대로만 모여있는 가족으로다가.
첫 독립을 위해 이곳 저곳 집을 알아보러 돌아다니는 중 운좋게 발견한 청년들을 위한 사회주택 덕에 지금 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외롭지 않게 회사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독립을 마음먹고 집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누구나 그러하듯 부동산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이 마음에 들면 예산이 걸리고 예산에 맞으면 동네가 위험했다.
퇴근을 하고 오면 집을 알아보느라 머리가 지끈지끈할 때 쯤,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내 눈에 보인 한 카페의 ‘사회주택, 청년 모집’
평소 같았으면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고 넘어갔을테지만 들어올 운명이었던건지 홀린듯이 글을 눌렀다.
보증금 1400에 월세가 30만원?!
이게 말이 된다고?
식구들과 함께 즐기는 저녁
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바로 입주하게 된 우리집, 302호.
총 4명이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였다.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살아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사실 걱정을 조금 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망의 네 식구가 다 입주를 끝낸 날, 첫 날부터 우린 회에 알코올을 함께 곁들이며 식구가 되어갔다.
엘리베이터 생일 축하
지금의 사회주택에 들어와 가장 신기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행사가 있다.
바로 생일 축하 담당자가 있다는 것.
생일이 되면 건물 엘레베이터 안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메세지를 적을 수 있는 페이퍼와 함께 화려한 풍선 장식이 함께 한다.
입주하고 나서 이 행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회사에 늦을까봐 헐레벌떡 출근 준비를 하고 나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쁜 마음에 엘레베이터 안에 몸을 던지려다가 천장부터 주렁주렁 달려있는 풍선과 가랜드 장식에 너무 놀라 기절할 뻔했다.
“왁!”
눈 앞에 있는 풍선 줄을 보고 너무 놀라 단발마를 지르기도 잠깐,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각박하고 퍽퍽했던 출근길이 따뜻해짐을 느꼈고 이에 조금이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직 친해지지 않아 잘 모르는 누군가의 생일이었지만 따뜻해지는 마음에 나도 한마디 적고 내렸던 기억이 난다.
방문 앞에도 붙여준 생일 축하 풍선
지금 우리집 식구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만들 때 한명이라도 빈 사람이 있으면 꼭 전화를 한다.
‘어디에요? 우리 지금 만두전골 해먹을 건데 언제와요?’
‘올 때 맥주 4캔만 사와달라고 해주세요’
여전히 우리는 걱정이 있을 땐 함께 털어놓는 사이, 즐거운 일이 있을 땐 함께 웃는 사이로 각자의 서울 생활을 견뎌나가는 중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주말 오전, 거실 건너방 친구의 알림이 울려대고 있다. 주말 약속이 있는 모양이다.
깨워줘야하나.
독립이 외로울까 걱정을 했던 내가 무색하게 하루하루 즐겁고 시끌벅적하게 사회주택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