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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주기적으로 있는 입주민들과의 커뮤니티 활동이었다. 반상회를 통해 내가 사는 주택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입주민 간의 입장을 조율하고 맞춰가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결국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이곳에 있으면 더 이상 내가 어디에 속한 존재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 본문 중-

 

서울 사람, 서울에 정착하다


사회주택명: 창동 사회적주택
운영기관: (사)나눔과미래
작성자: 유다예


  주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시기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입시 생활로 가족과의 갈등이 심해졌을 때, 하루는 집에 가기 싫어 공원을 배회하다 집에 들어가는 것보다 공원 벤치에서 자고 일어나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했던, 나에게 의 공간이 되었던 집이 조금씩 이질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주거 공간에 대한 고민 이후 같은 고민을 하던 친언니와 함께 집을 나오기로 결심하였다. 덕분에 대학 입학 후 3개월간의 첫 여름방학을 다 바쳐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보증금과 독립 자금을 모아 가을이 시작할 때, 집을 나왔다. 처음 친언니와 자취를 시작할 때, 우리가 모은 돈은 500만원이었다. 그 때 당시에는 이 500만원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서울 부동산에서 500만원이라는 숫자는 너무도 초라한 숫자였다.

  처음 집을 보러 다니면서 느낀 점이 또 있다. 여성 두 명이 서울에서 살 곳을 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신경 쓸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가로등은 많은 지, 건물 내에 CCTV는 있는지, 동네는 안전한지, 창문에 방범창은 있는지 등등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범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나오니까 조금 더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 물론 이러한 안전장치들은 전부 큰 비용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구한 집은 신축 빌라라 CCTV가 있었고, 반지하용 방범창도 있었다.

  500/35였던 첫 집은 지하철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아주 작은 반지하 집이었다. 독서실용 1인 책상을 놓으니 사람 두 명이 겨우 누울 공간만이 있었다. 밥 먹는 곳, 공부하는 곳, 자는 곳이 모두 동일한 공간이 되었다. 한 명이 들어가기도 비좁아 머리를 감다가 벽에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생활하기 좋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독립적인 나만의 집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러나 이 집에서 살기 위해 나는 하루하루 생활비를 계산하며 살아야 했다. 생활비를 계산하지 않고 하루 밥 한 끼로 5000원 이상을 먹으면 월세날에 월세를 낼 수 없었다. 이 좁고 습한 반지하 방에서 월세를 내려면 자연스럽게 생활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생활비를 계산하며 사는 것은 시험기간에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는 게 사치인 것,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게 부담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집 밖에 나가는 순간부터 모든 게 돈이 들기 때문에 생활 반경조차 좁아졌다.

  좁은 집에 살다 보니 이 집이 너무 싫어 졌다. 반지하라 곰팡이도 자주 슬었고 벌레도 자주 나왔다. 쓰레기를 내놓는 날이면 쓰레기 냄새도 났다. 무엇보다 집에서 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우리는 이를 악물고 돈을 모아 이 집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더 큰 집으로 이사 가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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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당시 살았던 반지하 빌라. 공간이 더 있을 것 같지만 없다. 창문 밖 불빛은 노을이 아니라 자동차 라이트 불빛이다. 창문에 걸린 것은 빨랫대이다. 두 자매의 옷을 감당하지 못해 옷장은 항상 저만큼 열려 있었다.>


  다음 집은 1000/40. 관리비 7만원과 공과금, 인터넷비용은 별도였다. 더 비싸진 월세와 서울 외곽에서부터 학교까지의 교통비 증가로 나는 아르바이트를 두 개 이상 해야 했지만, 전보다는 넓고 채광이 좋은 1층 집이었다. 퀸사이즈 침대를 놓아도 책상 두 개를 추가적으로 넣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누워도 공간이 조금 더 남는 것에 만족했다. 새로운 집은 아파트 형태라 아파트 자체의 경비노동자분도 있고, CCTV도 층마다 있어 안전함이 보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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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다음으로 이사한 아파트 형태의 원룸. 채광이 좋았고 무엇보다 가구를 배치하고 공간이 남을 정도로 넓었다.>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는 만큼 비용은 더 크게 다가왔다. 월세 날이 다가올 때마다 다시금 무기력함을 느꼈다. ‘을 위해 나는 당장의 삶에 필요한 기초적인 것들만 해결할 수 있을 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무언가는 포기해야 했다.

  마침 집 근처에는 행복주택 단지가 있었다. 행복주택은 주택공사에서 청년의 주거복지를 위해 제공하는 아파트 형태의 주거시설이었다. 시설도 좋고, 방도 훨씬 넓은데 월세는 15만원 정도였다. 입주 기회는 소득분위를 따라 제공되었다. 1년 단위로 집을 찾아다니며 이사 가는 삶에 지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기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행복주택 신청 서류를 준비하였다. 서류를 제출한 뒤에 매일 행복주택 단지를 지나며 우리는 자신도 이곳에 입주할 수 있을 것이란 행복감에 잠겼다. 하지만 이 행복은 일주일이 지난 뒤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귀하는 20XX 행복주택 입주를 위한 1차 서류에 통과하지 못하였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소득분위 산정에 주택공사에 전화를 했다. 엄마의 소득과 함께 일용직인 아빠의 소득은 실제보다 두 배가 더 책정되었고, 휴학을 한 뒤에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 학교 다닐 돈을 마련하려고 1년 계약직으로 회사를 들어간 언니의 소득이 더해져 소득 분위가 높아진 것이다. 집 근처 행복주택 단지는 여느 아파트 단지만큼의 규모였다. 저 많은 집 사이에 내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음식 하나 마음 놓고 사본 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새로운 영화가 나왔을 때, 밥을 먹을 때 끊임없이 나의 가난을 확인했어야 했다. 하지만 가족의 울타리 안에 있을 때, 나는 가난하지 않았다. 언니도 돈을 벌고 엄마도 돈을 벌고, 아빠도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 나는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가족 안에서의 만이 존재했다.

  행복주택에 떨어지고 다시 주거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했다. 정해진 동네가 없이, 1년 단위로 동네를 옮기는 것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동네에 친구가 없고, 동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살아가는 것은 어떠한 안정감도 주지 못했다. 살아가는 곳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현재와 미래가 걱정됐고, 끊임없이 내가 어디에 속해있는 존재인가를 되뇌었다.

  어느 날 부모님의 귀농 선언으로 언니와 나, 그리고 막내 동생 또한 같이 살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돈으로 또 집을 찾아보았다. 세 명이 모여 모인 돈이 많아졌지만, 넓은 집의 값은 모은 돈의 몇 배로 치솟았다. 그러던 중 언니가 창동의 셰어하우스형 사회적 주택 청년마을을 소개해주었다.

우리는 사회적주택에 청년 자격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온전히 나의 소득만 산정했다. 언니와 막내 역시 버는 돈이 많지 않았으므로 함께 셰어하우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회적주택엔 세 남매가 각각 독립적 생활을 할 수 있는 방 세 개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넓은 부엌이 있었다. 김치 세 통만 넣어도 꽉 차던 냉장고는 이제 전 날 해 두었던 음식도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배달 음식을 시키는 횟수가 줄어들고 직접 만들어 먹는 횟수가 증가했고, 그만큼 식비가 줄어들었다. 또한 보증금과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서 아르바이트 외의 다른 활동에 비용을 투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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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입주한 뒤 직접 요리하여 먹은 음식들>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주기적으로 있는 입주민들과의 커뮤니티 활동이었다. 반상회를 통해 내가 사는 주택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입주민 간의 입장을 조율하고 맞춰가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결국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상회 뿐만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를 고민하고 연결시키는 커뮤니티 모임이 존재했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커뮤니티 룸이 있어서 사회적주택은 커뮤니티 활성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공간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19로 대면 반상회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공용공간을 청소하고 온라인 반상회를 진행하면서 오며 가며 인사하는 동네 지인도 생겼다.

  이곳에 있으면 더 이상 내가 어디에 속한 존재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주택에 입주하면서 주거에 대한 안정감을 경험하고 가족 외의 소속감을 경험했다. 거창한 감정은 아니다. 단지 집이란 공간이 벗어나고 싶었던 곳에서 몇 년이고 살고 싶은 공간으로 인식이 바뀌었을 뿐이다20대 초반 서울 청년이 서울에 정착하기까지 꼬박 3~4년이 걸렸다. 사회적주택의 최대 거주기간이 6년이라 어쩌면 다시 돌아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적주택에 살면서 ‘1년만 버티고 좋은 곳으로 이사 가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낯설음보단 설렘이 더 컸으며, 생활엔 여유가 돌기 시작했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두렵기만 하던 주거 공간은 살맛 나는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서울 사람, 서울의 사회적주택에 무사히 정착했다.





* 본 원고는 사회주택 살맛나에 참여한 입주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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