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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집을 나누면 마음도 나누게 되지

 

 

사회주택명: 쉐어어스 거성
운영기관: (주)선랩건축사사무소
작성자: 구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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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끝날 무렵, 비가 그치고 선선해지기 시작했지만 공기는 여전히 습했다. 어느 토요일, 유달리 분위기가 축 처지던 날. 룸메들과 나는 라운지에 말없이 둘러 앉아 있었다. 짝사랑에 실패한 나는 우울한 생각을 하면서 말없이 룸메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내 기분을 읽은 룸메가 다독여주자 쌓아뒀던 눈물이 터졌다. 룸메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 나를 안아줬고 나는 포근하게 싸여 천천히 울음을 그쳤다.

 

  자정이 넘은 시간, 함께 따릉이를 타고 한강에 가기로 했다. 울든 소리를 지르든 바람을 맞으며 눈물을 뒤로 흘려보내든 마음대로 하라고. 거리에 아무도 없는 깊은 밤, 우리는 노래를 듣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한시간이 넘게 달렸다. 내가 슬프다고 해서 어느 누가 밤중에 자전거를 끌고 나와줄까. 우리가 함께 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처한 상황과 내가 느끼는 기분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온 룸메들이기 때문에, 늦은 밤 서로가 깨어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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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에 도착해서 강바람을 맞으며 라면을 먹었다. 그때즈음엔 이미 눈물이 그치고 밤공기를 맞아 기분도 개운했다. 짝사랑 얘기를 실컷 털어놓았다. 상쾌한 밤공기를 맡으면서, 나를 가족처럼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다보니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던 사랑이야기도 어느새 지나간 이야깃거리가 되어있었다.

 

  새벽 3시, 택시를 타고 기분좋게 집에 돌아왔다. 헤어질 필요도 없었다. 한 택시를 타고 한 집으로 왔다. 씻고 잘자라는 인사를 나누고 각자 방에 들어가 눕자 옆방 룸메한테 카톡이 왔다. 좋은 꿈 꾸라고, 내일도 앞으로도 힘내자고. 방에서 혼자 슬퍼할까봐 보내 준 다정한 카톡이었다. 옆방 룸메만이 알 수 있는 절묘한 타이밍에 카톡이 오자 어쩐지 웃음이 났다. 슬퍼 잠들지 못할 밤일줄 알았는데 즐거운 추억이 생긴 것 같아 들뜬 마음으로 잠들었다.

 

  그 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인 슬픈 날이 아니라 룸메들과 함께 마음을 나눈 추억이 가득한 날로 기억하고 있다. 하루만에 씻은듯이 아픔을 극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슬플때면 누군가 있어주었기 때문에 밤에 홀로 우는 일은 없었다. 낮에는 함께 홈트를 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슬플 틈이 없게 만들었다. 덕분에 씩씩하고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마음이 정말 건강해진 지금은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룸메의 하소연을 자주 들어주고는 한다. 공용공간인 라운지에 나가면 언제든 나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앉아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때면 개인 공간에 머물다가, 대화가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나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 것이다. 아픔과 기쁨을 나누며 서로의 든든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줄 것이다.

 

 

 

 

 

 

 

-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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