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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입주민 이야기
2020.05.29 17:14

어쩌면 (안)특별한 이야기(정준혁님)

 

어쩌면 (안)특별한 이야기

 

사회주택명: 답십리 달팽이집
작성자: 정준혁

 

"사회주택에 거주하다 보면 가끔은 그 불완전한 생각들을 우연히 풀게 될 일이 있기도 하고 혹은 풀지 못하더라도 그 고민의 무게를 나눠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사회주택은 저만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소박하지만 특별한 무언가가 즐비한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그럼에도 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될 글이 사회주택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에게 작은 등 가려움의 긁어줌이 되어줄 거라 믿기에 적어보려 합니다. 시작은 4년 전 국외에서 부터 입니다. 비록 개인의 영리를 추구하던 쉐어하우스의 기록이긴 하지만 거주하던 20명가량의 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이었거나 대학생이었습니다. 사회주택의 비슷한 맥락을 경험했다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문화가 달랐기에 나눌 대화가 더 많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초년생이 가진 고민은 그리 또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1년간 한집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더욱 넓은 영역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게 여전히 너무나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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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셰어하우스 거주 중에 있었던 홈파티>

 

 

  한 가지 기억나는 게 있다면, 뉴질랜드에서는 10을 영어로이라 하지 않고이라고 하더랍니다. 아울러 대화 뜻밖에, 한 때 일본인 입주자들이 많아 그 친구들끼리 마음을 모아 일본식 먹거리를 만들어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하였었고, 또 여유롭던 어느 날에 급조하여 4명이서 비행기를 타고 근교 여행을 떠나갔다가 오기도 하였습니다. 일어난 일 모두가 혼자 지낼 때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던 것들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혼자 지낼 때 얘기를 하자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나가기 전, 그러니까 5년 전인 2015년도에 저는 시골 고향을 떠나와 서울생활을 꿈꾸며 아주 값싼 고시텔에서 1년 간 살게 됩니다. 살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람이 그 좁디좁은 방 크기에 맞게 생각이 수축되고 또 고립되어 가는 기분이 아주 잘 들게끔 해줍니다. 1년 간 그 집에서 나눴던 유일한 대화는 호스트와의 월세 납부 관련 문의뿐이었습니다. 해외에서 나눈 기억과는 아주 상반된다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돌아와, 그리고 해외에서도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 2019년에 또다시 서울라이프에 도전을 마음속으로만 외치며 올라오게 됩니다. 누군가와 주거의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있어 크게 거리낌이 없던 터라 살 곳을 쉐어하우스 위주로 찾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현재 거주 중인 이 사회주택(청년누리주택)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들어오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정말 힘겨웠는데,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사회주택 내에서의 특별한 이야기 이기에 안타깝지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지금부터는 글의 분위기가 조금 바뀔 예정입니다. 결국, 이 개인적으로 특별했던 기억을 소개하려고 저렇게 반이나 쓰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없어도 됐었던 이야기 내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눈 몇 번 깜빡였을 뿐인데 벌써 29이 되어있는 백수, 꿈이 없어 불안한 흔한 청년입니다. 지방 총선거가 끝난 다음날 아침, 이 시기에 누구나 가졌을 불안함에 감싸여져 답답한 마음에 일찍이 운동을 좀 다녀왔습니다. 개운하게 땀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 아침을 먹고 있던 친구가 있더군요. 반갑게 인사를 하며 김치찌개를 먹고 있던 그 친구의 맞은편에 물컵을 들고 자연스레 앉아 시덥잖은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평소에 고민을 잘 들어주는 친구이자 인생 선배이다 보니 대화가 조금 깊어져 자연스레 그간의 고민 몇 가지를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몇 가지의 고민거리 중 글을 쓰는 지금까지 머릿속에 맴도는 내용이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의 장점 중에 어떤 걸 살려야 맞는 건지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그 친구가 마치 연애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답을 해주게 됩니다. 연애에 정답이 없듯 내가 선택하고 만나게 되는 것에 있어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 그 비유가 너무 적절하기도 하였고, 아울러 널브러져 있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 너무나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고 나니, 평소에 글 쓰는 게 소박한 취미인데 오랜만에 맑은 상태로 집중해서 쓸 수 있던 하루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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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주택 거주 중에 있었던 홈파티>

 

 

  소박하지만 특별한 기억이었습니다. 앞서 썼던 쉐어하우스에서의 기억과 여기 이 사회주택에서의 기억에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소통입니다. 언제나 소통의 장이었던 학창시절과는 달리 사회에 나오니, 특히 다른 지방으로 옮겨 가 지내는 사람들일수록 대화가 더욱이 단절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게 자연스럽더랍니다. 여전히 불완전한, 특히 20대에게는 꾸준한 불특정 다수와의 상호 간 소통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 방법을 대외에서도 찾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람에 치여, 일에 치여, 불안한 미래에 치여 쉽게 우리를 주저앉게 될 일이 많아 쉬운 방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주택에 거주하다 보면 가끔은 그 불완전한 생각들을 우연히 풀게 될 일이 있기도 하고 혹은 풀지 못하더라도 그 고민의 무게를 나눠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사회주택은 저만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소박하지만 특별한 무언가가 즐비한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제가 열려 있을 때 찾아왔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작은 설렘이나, 그마저도 과분하다면 아주 조금이나마 좋은 에너지가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본 원고는 사회주택 살맛나에 참여한 입주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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