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저는 이전에는 몰랐었던 제 자신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알아갑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외로움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제가, 함께보다는 혼자가 홀가분하다고 생각했던 제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달팽이집 동료들로 인해, 원하는 때에 연결과 분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동체로 인해 혼자보다는 함께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본문 중

 

 

'함께'가 만든 풍경을 보여주는 곳, 달팽이집

 

사회주택명: 달팽이집 연희
운영기관: 민달팽이협동조합
작성자: 김가원님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공급하는 사회주택 달팽이집에 살면서, 저는 이전에는 몰랐었던 제 자신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알아갑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외로움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제가, 함께보다는 혼자가 홀가분하다고 생각했던 제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달팽이집 동료들로 인해, 원하는 때에 연결과 분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동체로 인해 혼자보다는 함께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상을 나누고, 음식과 선물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기쁨과 슬픔도, 고민과 여유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 원하면 혼자, 하지만 함께를 찾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첫 달팽이집을 선택했던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였지만, 지금 사는 달팽이집 연희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만난 소중한 공동체를 지속하고, 이 공동체가 지속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가장 컸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안에서 만나는 각양각생의 민달팽이 동료들로 인해 그간 스스로를 가뒀던 틀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도 달팽이집 살이로 인해 제가 느끼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달팽이집 살이 4년차, 그동안 여기저기에 참 많이도 민달팽이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돌아다녔나, 생각해보니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나와 하우스메이트들의 관계, 건물 안 다른 입주자들과의 관계, 조합과의 관계, 마을과의 관계. 분명 달팽이집은 제게 새로운 관계의 장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깨달은 것은 달팽이집 살이로 인해 와의 관계도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타인과의 소통이 중요한 것처럼, 나 자신과의 소통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달까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는 그동안 겪었던 개인적인 일들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달팽이집에서 나눈 대화들과 만났던 사람들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스스로 헤엄치고 사는 세계를 어떻게,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첫 달팽이집이었던 달팽이집 2호에서, 저는 아보카도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보카도가 처음의 작은 유리병을 떠나 커다란 통으로, 그보다 더 큰 화분으로 이사를 거듭하며 키가 많이 자랐듯이, 저도 달팽이집 2호와 달팽이집 꼼마, 현재의 달팽이집 연희로 오며, 제 세계는 민달팽이로 인해, 민달팽이만큼 넓어졌습니다. 저의 반려 식물 아보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보카도가 자라지 않아서 고민하던 제게 해결책을 알려준 건 옆에 있던 달팽이집 식구들이었거든요. 넓어진 제 세계의 크기를 가늠할 순 없지만, 이전과 다른 풍경을 느끼고 있음은 확실합니다. 달팽이집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 오묘한 풍경을 저는 당분간, 앞으로, 꽤 오래 누리고 싶습니다. 달팽이집,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살맛나1.jpg

<달팽이집 연희로 이사오기 전, 달팽이집 꼼마에서의 아보카도 모습. 지금은 화분에 분갈이 하여 잘 자라고 있습니다.>

 

살맛나2.JPG

<달팽이집 꼼마 시절, 우리집 식구들과 주고받은 것: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식구 A가 주신 유럽발 선물, 내가 좋아하는 해리포터 비밀지도 디자인의 티매트 / 비건 지향이신 B가 주신 비건 디저트 / 룸메이트였던 C가 준 딸기 모찌 / 내가 직접 만들어 B의 방에 걸어준 마크라메 / 포켓팅에 성공한 내가 만들고 나눈 감자조림 / A가 유럽에 다녀오며 우리집 식구들에게 선물로 사온 잭 다니엘(현정 도착하자마자 뜯었음)

 

살맛나3.jpg살맛나4.jpg

<연희집에서도 나눔은 계속됩니다! 달팽이집연희 커뮤니티실을 번쩍번쩍하게 청소한 뒤, 같은 청소조 입주자분들과 나누었던 간식, 따뜻한 차. 새로운 곳에서는 또 어떤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 순탄하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이 또한 기대됩니다.>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6 따사로이 포커스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을 읽고(한빛나 팀장)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1.03.24 661
» 입주민 이야기 '함께'가 만든 풍경을 보여주는 곳, 달팽이집(김가원님)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2.05.24 159
174 따사로이 포커스 1인 가구의 시대(한빛나)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1.11.02 370
173 따사로이 포커스 2021년 따뜻한사회주택기금 지원사업을 돌아보며.(한빛나)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2.02.15 208
172 입주민 이야기 2번째 서울살이(손수진님)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0.08.13 627
171 [Special Interview] 네 번째 이야기, 청년누리 입주민, “모든 음식에 바탕이 되는 소금과 같은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504
170 [Special Interview] 다섯 번째, (사)나눔과미래 송경용 이사장, “행복을 선물하는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526
169 [Special Interview] 두 번째 이야기, 마을과집협동조합 최용완 실장, “꿈을 실현하게 하는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683
168 [Special Interview] 마지막 이야기, 한국타이어나눔재단 강혁 사무국장, “청년세대의 무게를 짊어지는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587
167 [Special Interview] 세 번째 이야기, 주식회사 녹색친구들 이주현 본부장, “따뜻한사회주택기금이 없다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합니다.” file 관리자 2020.03.31 609
166 [Special Interview] 첫 번째 이야기,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한솔 이사장, “낮지만 튼튼한 허들,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630
165 사회주택동향 [도시읽기]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됐을까? 관리자 2020.03.30 569
164 따뜻한 탐방 [따뜻한 탐방] '에어스페이스 신림2호점을 방문하고'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0.07.31 692
163 따뜻한 탐방 [따뜻한 탐방]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건축요소로 구현되고 있는 사회주택,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화곡점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0.05.29 848
162 따뜻한 탐방 [따뜻한 탐방] 청년 공유주택 ‘공가’ 9호의 특별한 저녁식사 file 관리자 2018.07.30 1243
161 따뜻한 탐방 [따뜻한 탐방] 혼자가 아니었네…청년들이 모여 만든 ‘두더지하우스’ file 관리자 2018.10.02 1161
160 따사로이 포커스 [따사로이 포커스 19-1호] "사회주택의 위기와 새로운 기회" file 관리자 2019.11.05 945
159 따사로이 포커스 [따사로이 포커스 19-2호]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 file 관리자 2019.11.05 929
158 따사로이 포커스 [따사로이 포커스 19-3호] "공간의 설렘." file 관리자 2019.11.08 858
157 따사로이 포커스 [따사로이 포커스 19-4호] "사회적주택, 사회적금융이 청년을 위해 만나다" file 관리자 2019.12.13 10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