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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입주민 이야기
2022.07.01 13:49

한지붕에 살아요(한하늘님)

 

 

한지붕에 살아요

 

 

사회주택명: 한지붕 사회적주택
운영기관: 한지붕협동조합
작성자: 한하늘님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서울에서 취업을 결심하고 가족들에게 자취 이야기를 꺼냈다. 예상했지만, 부모님께서는 흉흉한 뉴스 탓에 고민해보시기로 하셨다. 내 첫 번째 목표는 가족을 안심하게 할 수 있는 안전한 집이었다.

  그즈음 막 자취방 계약이 끝난 친구들이 있어 조언을 구하곤 했다. 집을 구할 땐 어떤 점을 눈 여겨봐야 할지, 어떤 집을 피해야 할지, 몇 평에는 얼마가 적당할지, 스무 살부터 줄곧 기숙사에서 지낸 탓에 세상 물정을 한참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자책이 되었다. 그중에서는 집주인과 보증금 문제로 마찰이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내게 좋은 집주인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는데, 첫인상만 보고 어떻게 그걸 알아볼 수 있을까? 이사 갈 집을 구하는 것도 벌써 이렇게 골치 아픈데, 내게도 저런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지붕 사회적 주택을 알게 됐다.

  사회적 주택이라면 개인과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니 보증금 문제로 머리 아플 일이 없을 것이고 여럿이서 커뮤니티를 공유하니 어떤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CCTV.jpg
1층 현관에서 보이는 CCTV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CCTV의 선명한 화질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현관 입구뿐 아니라 주차장, 쓰레기장까지 얼굴 식별이 가능할 만큼 고화질인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우리 집은 주변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는 데다 도보 3분 이내의 거리에 공원, 쉼터, 마트 등 살기 좋은 상권이 조성되어있었다. ‘서울하면 떠올렸던 어둡고 좁은 골목, ‘임대가 적혀있는 무수한 빈 건물이 아닌 아이들이 공원에서 뛰노는 소리가 인상 깊었다.

  자취하는 친구들의 집에 갔을 때, 좁은 싱크대에 드럼 세탁기가 빌트인 되어있고 그 아래에서 친구와 나란히 몸을 뉘곤 했다. 빨래라도 널어놓은 날이면 여기가 세탁실인지 화장실인지 부엌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좁고 습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자취하면 이렇게 지내겠지.’ 막연히 생각하며 자취에 대한 환상은 잃은지 오래였다. 그런데 사회적 주택을 방문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방과 거실, 분리된 부엌에 놀랐다. 집에 함께 방문했던 언니는 화장실이 웬만한 아파트만큼 넓게 나왔다고 얘기했다. 좁은 곳에서 샤워를 하다 보면 물이 변기까지 튀기 마련인데, 면적이 넓어서 화장실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 했다. 게다가 화장실에 빌트인 된 수납장도 넉넉하고 딱 더할 건 더하고 뺄 것 뺀 깔끔한 집이라 느꼈다. , 세탁실은 따로 마련되어 있어 화장실에 세탁기까지 넣을 필요가 없어 좋았다. 방에서 빨래를 널고, 밥 먹고, 공부하고 쉬는 게 아니라 방 두 개, 세탁실, 부엌과 거실의 여유 있는 거리 등이 나를 더 집다운 집에서쉴 수 있게 해줄 거란 확신이 생겼다.

 

공용컴퓨터.jpg
커뮤니티룸 내 프린터기

 

  입주자로 선정되고, 입주까지의 과정이 믿어지지 않아 이사하는 날까지 얼떨떨했다. 입주자 커뮤니티 카톡 방에 초대되어 공용 커뮤니티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조기와 프린터 등에 대해 규칙을 전달받으니 이제서야 이사를 한게 실감이 났다. 모든 입주자가 카톡 방에 들어 와있다는 점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서로 조심히 생활하는 가이드 라인이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 카톡방에선 입구가 더러울 때면 단체 카톡방으로 지원자를 모집하여 각자 청소도구를 가져와 정리하기도 하고, 혼자 먹기에 많은 음식은 아직 먹지 않은 건데, 나눠드리면 드실 분 있을까요?” 묻는 살가운 대화가 오간다. 층간 소음, 고성방가에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저녁이면 모두 고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 배려하며 생활하는 덕이다. 그 영향으로 나 역시 엘리베이터에 현관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보면 지나치지 않고 주워서 집으로 가져간다. 누군가 흘리고 간 것이라도 기꺼이 내가 내 집에 가져와 치울 마음이 생긴다. 모두 함께 가꾸는 집이란 생각 때문일 것이다.

 

건조기.jpg
커뮤니티룸 내 건조기

 

  또, 사회적 주택은 입주자들을 위해 줌을 이용한 강의도 있다. 청년 생활경제교육, 필라테스, 금융대비 노후 플랜 등이 여태 있었던 수업이다.

  그 중에서 나는 필라테스 강의에 참여했는데, 필라테스 학원에서도 미처 묻지 못한 질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불안한 요즘, 방에서도 운동할 수 있도록 시범을 보이며 집에서 매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 동작을 꼼꼼히 알려주셨다. 줌 화면 너머로 다른 입주자분들이 따라 하는 것이 보였다. 돈을 지불하고 다니기에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이런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곳만의 특별한 장점이다.

  사회초년생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합리적인 금액의 월세는 나와 같은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친구들에게 집에서 찍어둔 동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친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래서 얼마야? 비쌀 것 같다.” 사회적 주택은 신축 건물에, 원룸이 아닌데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월세는 버리는 돈이라며 탐탁지 않아 했던 부모님께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었다. 합리적인 월세 덕분에 자취생이 먹기 힘들다는 과일도 가끔 기분 좋게 사 먹는다. 집값에서 절감한 비용으로 내게 더 좋은 것을 해줄 수 있다. 제철 과일을 먹으며 내 건강에 더 신경 쓸 수 있고, 자기 계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쾌적한 장소에서 균형 잡힌 일상을 보내는 것만큼 안온한 삶이 있을까? 모두 이 집이 내게 해준 것들이다.

 

 

 

 

 

 

 

 

 

-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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