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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입주민 이야기
2022.06.27 09:45

혼란 그 자체!(양수인님)

 

 

혼란 그 자체!

 

사회주택명: 원서동 한옥 옥희네
작성자: 양수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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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 전시할 때 찍는 모습을 찍은 사진>

내가 이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이사를 하면서 TV 촬영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래 산 삶도 아닌데도 별일이 다 있다. 게다가 나 혼자의 일도 아니었다. 어렴풋 알고 있었던 과 선배들과 적어도 4년은 같이 한 과 동기와 MBC 프로그램 <빈집 살래>에 출연하게 되었다. 여태 나는 쉐어 하우스에 살게 된다면 오피스텔 등에서 낯선 사람들과 생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아는 사람들과 한옥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정말로 한 치 앞을 모를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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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가 궁궐이라서 자주 놀러간다.>

아직까지 내 주변인들에게 이 사실에 대해서 잘 얘기를 하지 않았으나, 알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다 이사를 잘 갔다고 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네가 치안이 좋고, 나에게는 익숙한 동네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같은 동네에서 나왔고, 동양화 전공을 하면서 재료를 사러 자주 왔었다. 갤러리도 주변에 많이 있어서 학교 다닐 때만큼 자주 왔었는데 이젠 살게 될 줄이야.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실 이사 후 짐 정리를 하느라 한 달은 그냥 보낸 듯하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잡는 것은 늘 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다행인건 그래도 같이 혼란스러워 할 동지들이 있다는 것이다. 혼자보단 같이 혼란스러워 하다보면 고민도 하고 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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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그린 토끼그림. 예전에 나의 할머니와 함께 전시했었을 때 같이 그렸던 토끼그림을 응용해서 도안을 만들었다.>

혼란스러운 우리는 모두 회화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거공간과 작업공간이 꼭 필요한데, 방송에서 나왔던 것처럼 넉넉한 작업공간은 어떠한 상황 때문에 취소가 되었다. 만약 이 공간이 일반건물이었다면 우리는 어쩌면 다시 또 작업공간을 알아봐야 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옥이기에 있을 수 있었던 여유 공간이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우리의 새로운 작업공간이 될 수 있었다. 생각했었던 것보다 면적이 좁아지긴 했지만, 되려 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 이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작업하고 싶은지 등을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또한 밥도 같이 먹고, 방 청소도 같이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식구(食口)가 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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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온 날 새로운 식구와 같이 만든 괴생명체>

한옥의 새로운 식구일원으로 사는 동안, 사회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 나의 관심을 제일 끈 것은 1인 가구, 룸메이트 등 다양한 가족 구성 반영을 위한 공청회가 곧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법에는 가족을 혼인과 혈연 혹은 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특히 우리세대에) 결혼 제도 밖에 놓여있는 새로운 가족구성이 늘어났다. 나는 기존의 전형적인 가족에 속한 일원이었으나, 혼자 살았다가 지금은 쉐어 하우스에서 친구들과 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님도 나도 친구들도 예상치 못했다. 삶은 이런 식으로 계속 혼란스럽게 할 것이고 나는 그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고 애를 쓸 것이다. 이번 이사는 우리 4명의 옥희네 사랑방, 기획을 한 방송국과 SH공사 그리고 든든한 지원이 된 타이어 나눔 재단의 주파수가 잘 맞아 떨어져서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회의 움직임과 나의 생활이 주파수가 맞는 날들이 많길 바라며, 한옥에서의 삶도 여전히 한치 앞을 모른 채 잘 살아보려고 한다.

 


 

 

 

 

 

 

 

-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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