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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진짜 공정한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 주거 스펙트럼으로 본 '서울비전2030'

 

 

남철관 (나눔과미래 주거사업국장)

   

   

   최근 민간단체와의 전쟁을 선포한 오세훈시장이 추석 연휴 직전인 915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을 모토로 한 서울비전 2030을 발표했다. 전임시장의 정책에 대한 공격, 나아가 폄훼 논란에 휩싸인 최근의 행보과 대비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여서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내년 선거를 포함해 3선이 가능한 유리한 상황에 더해 전임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5선을 할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오시장의 야심작이어서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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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시 홈페이지>

 

   기대대로 비전과 정책지향, 미래상과 전략목표, 핵심과제로 이루어진 2030에는 서울시를 끌고 갈 리더로서 오시장의 시정철학과 컨텐츠가 집약되어 있었다. 전체에 대한 세부평가를 할 능력이 부족하고 의도도 없어 평상시 관심이 있고 언뜻 눈에 들어온 몇 가지 내용만 살펴보았다.

 

미래상 첫 번째은 '상생도시' - 주거사다리(8만호 공급)와 일자리사다리(골목경제 부활 프로젝트)이다.

   서울시 공식자료에 따르면 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해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는 서울을 만든다는 시대과제를 담은 비전이다. 주거, 일자리, 교육, 복지라는 4개 계층이동 사다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계층이동성의 약화, 소위 개천에서 용못난다는 좌절감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무거운 현안이고 핵심적인 숙제이다. 미래상의 첫 번째로 상생하는 도시를 선택한 안목에 먼저 지지를 보낸다. 그런데 세부내용을 보니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재개발, 재건축을 정상화해 2030년까지 50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주거사다리를 보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조합원)분양가와 이로 인해 상당수의 영세 가옥주가 직면하는 불가피한 지분매각이나 현금청산의 압박

-낮은 임대아파트 공급비율(대체로 원주민의 70%이상이 세입자고 그중 2-30% 정도만이 해당지구 임대아파트에 재입주한다는 통계는 이제 일반론이 되었다.)

-다가구주택 등 염가 임대주택이 일거에 소멸되면서 가난한 임차인이 계속 외곽지역이나 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는 현실

   몇 가지 예만 들어도 현실은 이렇다. 정책의 목적을 노후불량주거지 일소와 주거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라고 했으면 인정했을 텐데 말이다. 일단, 주거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재명명해 두자. 물론 청년주택, 장기전세주택, 상생주택, 모아주택 등 주택유형을 다변화해 30만호를 공급한다가 조연으로 무대에 올려져 있기는 하다. 필자는 이중 새로운 오세훈표 정책인 상생주택과 모아주택에 대한 비판(토지임대부 주택의 상반된 두 모델)을 이전에 한 적이 있는데, 해당 정책의 낮은 현실성을 어떻게 보완해 갈지를 기대반, 우려반으로 지켜보자. 리스트업에 있는 청년주택에서 최근 불거진 사회주택에 대한 맹비난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장기거주가 가능한 염가의 민관협력형 청년주택을 표방했던 사회주택은 이 정책을 시작했던 서울시의 정책유턴으로 인해 중대위기에 봉착해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도 전임시장 정책이라 폐기처분하겠다고 하면서 과연 어떤 청년주택을 선보이려는 걸까? 혹시 주로 일반 영리기업이 시행, 시공사로 들어와 시세의 95%에 달하는 임대료와 8-10년후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기 무섭게 분양해서 높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면 이게 주거사다리냐고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청년이 영끌 수준의 임대료를 내면서 살던 원룸형 주택을 역세권이라는 입지에 걸맞는 비싼 분양가로 사들일 가능성도, 생애주기상 필요성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정책부터 의문부호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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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 저층주거지와 고층아파트 <사진출처 : SH공사 블로그>

 

   ‘일자리 사다리로 제시된 골목경제 부활 프로젝트는 더하다. 민생경제의 실핏줄인 소상공인 살리기가 모토로 방향성은 맞게 잡았다. 그런데 특색 있는 골목상권과 로컬브랜드를 육성해 골목여지도를 완성하고, 연트럴파크나 샤로수길 같이 인지도가 있는 상권은 영업환경 규제를 완화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대목에서 모니터의 커서는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둥지내몰림의 원인인 과도한 임대료 인상과 점령군인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침투를 어떻게 과도한 시장규제라는 비판을 피해가면서 적절하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구상은 전무하다. 오히려 핫플레이스는 더 핫하게 하겠다는 데 여기서의 영업환경 규제완화는 도대체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신축시 용적율을 완화해주고 업종제한과 입점제한을 풀어 고유의 개성을 희석시키고 영세상인의 몫을 빼앗을 수 있는 자본의 진격로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은 설마아니겠지라고 되뇌어 본다.

   특색있는 골목상권과 로컬브랜드는 육성되는 것이 아니다. 용산의 열정도, 망리단길, 경춘선숲길 등 이미 다양한 현장사례에서 입증되었다. 민간의 창조성이 자유롭게 에너지를 뿜고 그 곳에 있었으면 하고 상상했던 업종에 쌈지돈을 투자해 모험적으로 창업, 진출한 작은 청()년 사업가들이 만든 것이다. 골목여지도도 오시장이 공격하는 다양한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자생적으로 많은 곳에서 이미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골목상권을 들먹이면서 서울시가 괜시리 숟가락만 얹거나 어설픈 육성을 하려고 했다가 개성과 활력이 없는 가로를 만들고, 잘해봐야 규제완화로 젠트리피케이션만 일으키기 십상이다. 이런 정책을 시작하려면 전문가에 둘러싸여 있기보다는 현장시정(現場市政)의 방향성을 세우고 골목골목, 생업현장에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회주택도 전임시장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공격부터 하기보다 지금이라도 그 곳에 살고 있는 청년들과 엄청난 부채를 떠안으면서도 사회적목적을 위해 좋은 집을 짓는 사회적기업가의 이야기를 그 곳에 가서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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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기사>

 

두 번째로 눈길이 가는 미래상인 안심도시의 핵심 전략목표는 시민주도 안심복지도시, 주거자립 안정도시이다.

   그런데 세부사업을 보면 어디에도 무주택 서민이 안심하고 부담가능한 주거비로 오래 거주하거도록 돕겠다는 내용이 없다. 심지어는 최근 대선국면에서 후보들이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는 서민들의 내집마련 지원정책도 없다. 대신 이름도 어려운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구축, 매뉴얼 안전도시, 서울스마트 에코도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기기로 자가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에 반대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를 기초로 마을주치의를 연계해 전문케어를 병행하다는 내용은 참신하다.

   안전과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이게 새로운 정책인지는 과문해서 판단이 안되지만 도로교량 등 각종 도시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도 좋은 구상이다. 지속가능한 환경도시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생태숲과 서울둘레길, 사람숲길을 조성해서 서울의 입체 녹지축을 확대하겠는 것은 걷기좋은 도시라는 세계 선진도시의 구상과도 일치하고, 전임시장의 정책과 맥을 같이 하지만 계승해서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여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런 유형의 정책은 꾸준한 추진과정에서 비로서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중요한 전략목표인 안심도시상생도시에서도 보았듯이 서울시민, 특히 서민의 주거안정을 빼놓고는 성립되기 어렵다. 오시장은 선거기간이나 당선후 집값 폭등을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해왔다. 시장의 책무이기도 한 집값과 임대료의 안정이 없다면 서민에게는 살 수 없는 서울, 쫒아내는 서울이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서울은 될 수 없다. 다주택자와 영끌없이 내집을 마련한 중산층만이 스마트 헬스케어와 스마트 관리시스템으로 건강과 안전을 보장받고 맑은 공기와 녹지환경을 누리는 도시는 안심도시라고 할 수 없다. 재개발은 선이고 도시재생은 악이라는 시선으로는 다양한 도시의 숨결을 적절한 개발과 보존을 통해 개성넘치게 조화시킬 수 없듯이 서민이 안심하고 살기 힘든 도시는 반쪽짜리 섬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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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유엔해비타트한국위원회>

 

   2016년 유엔해비타트는 사회적 포용성 확대, 도시 거버넌스 구축, 경제적 지속 가능성, 환경적 지속가능성, 도시계획 및 관리, 적정한 주거 이동성 보장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모두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를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의 도시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도시의제로 채택했다. 소외계층을 포함하여 모두에게 적절한 주거가 보장되고 도시화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포용력 있는 도시가 인류공동체의 미래상인 것이다.

   베를린시는 임대료 폭등속에서 35만여명의 시민들의 서명과 요구로 거대 부동산 기업이 소유한 주택 20만채를 공영주택으로 전환할지를 결정하는, 바로 부동산 기업의 국유화를 결정하는 시민투표(Volksentscheid)926일에 시행한다. 가결되어도 민간이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주택조합 등은 국유화하지 않고, 국유화한 주택관리는 공기업이 이윤이 아닌 공익에 따라 운영한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10년 후를 내다보는 오세훈시장에게 권유한다. 본인이 그토록 원해 미래비전으로 제시한 진짜로공정한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서 더 늦기 전에 좀 다른 상상력도 가지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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