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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따사로이 포커스
2021.05.24 10:21

토지임대부 주택의 상반된 두 모델(남철관)

 

토지임대부 주택의 상반된 두 모델

 

 

남철관 (나눔과미래 지역활성화국장)

   

   4월의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오세훈시장은 이전 임기 때부터 주택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금은 장기전세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정책으로 정착된 쉬프트Shiht가 그의 작품이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란 슬로건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집, 주택, 부동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작은 계기가 되었다.

   다시 서울시청으로 귀환한 오시장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도시계획 규제 완화와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다. 전자는 용적률 규제 완화와 한강변 층수제한 폐지, 상업지역의 확대와 같이 부동자산의 기대수익율을 높여 가격을 들썩거리게 할 만한 내용이다. 정비사업 활성화는 익히 예상되었던 정책이다. 구역해제, 신규구역 지정 중단으로 억제되었던 철거개발에 대한 욕망이 최근 몇 년간 이루어진 아파트 가격폭등을 배경으로 격렬하게 분출할 수 있는 예민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행히 취임 후 재건축 등 규제완화의 속도조절과 같은 입장표명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미 재개발시장은 대세상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집값과 전세가 폭등으로 문정부가 수많은 땜질식 처방을 내놓다가 결국 2.4대책을 통해 공공이 나서서 직접 도심부에 84만호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극약처방까지 내려졌지만 아파트 가격흐름은 여전히 예사롭지 않다. 주택정책의 핵심인 서민주거안정이란 측면에서 보면 불난 마당에 서울시가 기름을 붓는 것은 아닌지 매의 눈으로 지켜볼 때다.

 

오세훈 부동산.jpg

오세훈 서울시장 주요 부동산 공약 (자료출처: 머니투데이)

 

   제목은 토지임대부라고 해 놓고 서론이 길었다. 오시장의 부동산 공약에서 가장 덜 알려진 상생주택은 장기전세주택 시즌II라는 부재가 붙어 있다. 좋은 입지에 다양한 평형으로 중위소득층까지 공급대상을 넓혀 공급했던 쉬프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기대할 만한 타이틀이다. 시즌I 공급 당시, 전세폭등 속에서 낮은 임대료와 인상률로 입주 몇 년 후에는 거의 시세의 60%이하인 경우가 있을 정도로 무주택 가구에게는 들어가고 싶은 주택이었다. 최장 20년의 거주기간 보장까지 더해져서 입주자가 지나치게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닌가란 비판도 있었지만 분양전환 패키지가 없었기 때문에 장점이 부각되었다.

   그런데 공약상의 시즌II는 공공택지에 공급되거나 민간 재건축 물량의 일부를 공공이 흡수하는, 결국 공공임대주택인 쉬프트와는 상당히 다르다. 공약집을 그대로 인용해 보자. 상생주택은 준공업지역, 자연녹지지역, 역세권 등 서울시내에 저이용되고 있는 민간소유 토지를 임차하여 토지임대료를 지불하고 주택은 SH공사 등 공공에서 건설하여 공급하는 민간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이라고 되어있다. 건물만 공공주택이라는 점에서 쉬프트와 큰 차이가 있다.

   이 정책과 정반대가 서울시와 LH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다. 공공이 보유한 토지에 자격을 갖춘 민간 사회적경제조직이나 건설관련 중소기업이 시세의 80%이하에 30년 이상의 임대의무기간을 지는 공익적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울시의 사회주택이 공공의 토지를 장기임차해서 민간임대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라면 상생주택은 거꾸로 민간토지를 공공이 빌려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땅과 건물의 본질적 성격과 가치로 들어가 보자. 땅은 부동산이다. 지진, 지반침하 등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재해 등으로 사용가치가 ()영구적으로 훼손되는 경우 외에는 가치가 불변하는 속성을 가진다. 물론, 교환가치는 매우 가변적이고 동일한 입지와 면적의 땅에 집을 지을 수도 상가를 만들 수 도 있고 나대지로 방치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도심지내 인위적으로 구획된 필지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하기 위한 잠재적, 현재적 공간자원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반면에 건물은 시효가 정해진 물리적 자산이다. 최고의 기술자가 고급자재로 지은 건물도 몇 십 년 이상을 존속하기 어렵다. 유럽의 경우 기후와 건축자재가 우리와 상이한 측면도 있긴 하지만 수 백 년을 존속하는 건축물이 즐비하고 세월이 쌓이며 가치가 더해지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이야기이다. 새 집을 좋아하고 정비사업이 각광받는 한국, 특히 대도시에서는 보통 삼사십년 정도가 한계수명으로 간주되어 시세형성과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감가상각 기간도 이에 맞추어진다.

 

그림1.png

<그림1> 도식화한 한국에서 토지,건물가격의 변화추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 보면 땅은 감가상각으로부터 자유롭다. 가격은 오르고 내릴 수 있지만 본질적 가치의 상승과 하락이 원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X, 가격을 Y축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토지는 우상향, 건물은 우하향의 직선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게 된다.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상승하는지를 도식적으로 표현해보면 그림1과 같다. 먼저 모든 주택유형을 통합한 주택가격 지수(그림2)는 그림1(C'C’’)의 움직임과 같이 분명하게 우상향하는 장기적 추세를 보여준다. 토지와 건물을 나누어 보자. 물론 토지도 건물도 직선으로 가격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 교차되는 부정형한 곡선의 흐름을 갖지만 한국에서 부동산은 토지가격의 상승이 건물가치의 감가를 상쇄할 정도로 커서 결국 절대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그림2)

 

그림2.png

<그림2> 전국 주택 매매가격 지수 (03-21) (자료출처 :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

 

   이렇게 보면 토지를 공공이 확보하지 않고 민간으로부터 임차하여 막대한 투자를 통해 임대주택을 건축할 경우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공자산의 가치는 크게 하락(A'A'')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나아가 멸실로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토지까지 보유하는 일반적인 공공임대주택은 건물가치의 하락을 토지가치의 상승(B‘B'')이 상쇄하게 되는 것과 상반된다. 반면에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공공조직이 토지를 장기보유하게 되므로 민간자산은 가치의 하락을 피할 수 없지만 공공이 땅을 소유하게 됨으로 토지자산의 공적비축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실제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택지개발 지구의 땅을 공급하지 않고 민간소유 필지를 사업자가 발굴해서 심의통과후 공공이 매입하여 해당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공공토지의 재고를 늘리게 된다. 공적 목적으로 토지자원을 비축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이다. 건설비용은 민간이 저리의 공공융자를 통해 조달하게 되어 공공의 부담은 토지매입으로 한정된다. 시행자인 사회적경제조직이 매출을 창출하고 성장하면서 커뮤니티 공간의 조성, 컨텐츠 구상과 운영과 같이 민간의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을 맡아준다는 순기능도 있다.

   민간토지를 공공이 임차하여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은 최소 10, 신축 시에는 30년 이상의 토지사용권 획득이 가능해야 감가상각을 감안한 공적투자의 가치실현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민간 건물주 입장에서는 토지가의 지속적 상승시 매각 욕구, 자녀 등에의 상속이나 증여 등의 이슈가 있을 수 있고 정비사업 등 지역개발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은 민간소유 토지를 임대해서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는데 장애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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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수유동 위치)

 

   현재 수요대비 공급이 매우 부족한 주택은 생활권 내에서 중소규모로 공급되는 염가 임대주택이다. 2030의 좌절과 분노의 이유이기도 하다. 국토부도 2.4대책에서부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향후 2년간 신혼부부와 청년 대상 신축 매입약정주택 4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출퇴근이 용이한 도심 내에서 민간 사업주체가 민간소유 필지를 매입하여 신축하거나 호텔 등 비주택을 매입, 리모델링해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런 사업은 작은 규모로 수요층 선호입지에서 단기간에 주택공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규모나 성격상 대규모 필지개발과 아파트 위주 공급에 치중해온 LH공사 등 공공이 추진하기에는 비효율적인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업도 토지를 민간이 발굴하여 신축, 개량하여 공공이 매입하여 소유권을 확보하고 안정되게 장기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토지 또는 토지와 건물은 공공이 소유하고 지역, 세대, 계층별 수요에 민감한 민간조직이 주택 공급지역과 컨셉을 구상한다. 민간이 주택수요를 가진 다양한 대상을 위한 다채로운 내외관 디자인, 편리한 거주공간 설계, 소통이 있는 공간배치로 특성화하고 운영관리도 담당한다면 효과적인 공급과 효율적 운영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사회적경제조직 등 건설관련 중소기업이 지역별 입지여건에 기초하여 세대 및 계층별 수요를 파악해 컨셉을 구상한다. 자치구, SH공사 등과 협의하여 사업화 여부를 확정한 다음에 공공이 토지를 매수하여 사업주체에게 염가로 임대하고 시행, 준공이 되면 주택별 용도에 맞는 대상가구가 입주한다. 과정 전반에 민관협력이 작동되는 공익적 임대주택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중산층의 불안, 좌절과 3-40대의 영끌 주택구입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 보궐선거에도 정부 주택정책에 대한 젊은층의 부정적 여론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주택을 구입할 형편이 안 되는 서민의 주거난은 지나친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빈곤심화, ()서울과 서울의 인구감소, 주거자산 양극화에 따른 사회통합 저해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대규모 필지가 고갈된 서울에서 중소규모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은 향후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토지 공공성을 중심에 둔 오세훈표 토지임대부의 도입과 확대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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