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입주민 이야기
2021.04.14 15:19

사회주택에서 보낸 세 계절(유희원님)

 

"나는 요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바빠져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해 아쉬움도 있지만, 사람들을 알아가고 함께하는 과정이 그저 즐겁다. 나와 함께 살았고 또 함께 살아갈 모든 사람들이, 평온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 본문 중 -

 

 

 

사회주택에서 보낸 세 계절

 

 

 

 

사회주택명: 녹번동 사회주택
운영기관: (주)두꺼비하우징
작성자: 유희원

 

     

 

   내가 사는 셰어하우스는 이 층짜리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다처음 이 집을 고른 이유는 조용해 보였고 부엌을 공유할 수 있어 주방 집기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여러 사람이 사니까 다른 사람의 커피메이커나 집기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의 호칭은 전부 이다.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쓴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기 때문에 심적으로 적당한 거리감을 필수로 지켜 줘야 한다.

 

사회주택살맛나_유희원_01.jpeg

<생일파티>

 

 

   셰어하우스에 살면 사람들이 살다가 나가는 걸 볼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마지막에 나간 광은님의 생일축하 파티이다. 같이 사는 현재님이 작은 케익을 사고, 거기에 촛불을 꽂아 광은님이 집에 올 때쯤에 모두 불을 끄고 있다가 깜짝 파티를 해주었다. 지금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사회주택살맛나_유희원_02.jpeg

<새끼 고양이>

 

   두 번째 사진은 우리 집에 살던 새끼 고양이이다. 식구 중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양이 밥 주는 계를 만들어서 고양이 사료를 10KG 큰 포대로 사서 밥을 먹인다. 집 앞에 고양이 사료를 놓으면 참새와 비둘기들까지 와서 먹는다. 한창 고양이 계가 활발하던 때는 집 앞이 거의 뷔페 수준이었다. 고양이들이 포동포동해졌고 새끼 고양이 군밤이(사진)는 마당에 인기척이 나면 쓰다듬어 달라고 강아지처럼 다가왔다. 군밤이는 새끼 때부터 이 집에서 크던 고양이인데, 사람을 잘 따르고 엄청 귀여웠다. 고양이 계를 하던 현아님이 이사 갈 때 군밤이를 데려갔다.

 

사회주택살맛나_유희원_03.jpeg

<맛잇는 커피>

 

   2인실에 거주할 때 내 룸메이트였던 은비님은 카페에서 알바를 했던 바리스타였다. 은비님은 도자기로 된 드리퍼와 칼리타의 드립서버(내림통), 목이 길쭉한 바리스타용 주전자와, 통에 몇 그람의 커피를 올려놓았고 물을 따랐는지 잴 수 있는 전자저울을 갖고 있었다. 은비님은 고향의 괜찮은 카페에서 사 온 원두로 커피를 내려 주었는데, 그람 수까지 재서 내린 커피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은비님의 생일날 온도계를 선물했다. 섬세한 사람이었다. 

 

사회주택살맛나_유희원_05.jpeg

<새우장>

 

   이 층 옆방에 살았던 병권님은 요리를 좋아했다. 나는 자취하면서 새우장을 담가 먹는 사람을 처음 봤다. 온라인으로 생새우를 사서 배송이 오면, 양파와 레몬, 파 같은 것을 넣고 간장을 부어 며칠을 둔다. 그러면 새우장이 완성된다. 병권 님 덕분에 집에서 푸딩, 생선회, 볶음밥, 감자튀김, 감자 샐러드 같은 맛있는 음식들을 먹었다. 같이 살던 다른 사람들도 함께 돈을 보태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한 번은 꽃게를 사다가 삶아 먹고, 라면까지 끓여 먹었는데, 제주도에서 먹었던 해물라면보다 맛있었다. 막 코로나가 시작됐을 봄 무렵에는 달고나 커피를 해 먹었다. 카누와 설탕을 섞어 엄청나게 저었다.

 

사회주택살맛나_유희원_04.jpeg

<꽃게>

 

사회주택살맛나_유희원_06.jpeg

<달고나>

 

   나는 요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바빠져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해 아쉬움도 있지만, 사람들을 알아가고 함께하는 과정이 그저 즐겁다. 나와 함께 살았고 또 함께 살아갈 모든 사람들이, 평온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본 글은 '2020년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9 따사로이 포커스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을 읽고(한빛나 팀장)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1.03.24 664
178 입주민 이야기 '함께'가 만든 풍경을 보여주는 곳, 달팽이집(김가원님)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2.05.24 159
177 따사로이 포커스 1인 가구의 시대(한빛나)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1.11.02 370
176 따사로이 포커스 2021년 따뜻한사회주택기금 지원사업을 돌아보며.(한빛나)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2.02.15 208
175 입주민 이야기 2번째 서울살이(손수진님)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0.08.13 627
174 [Special Interview] 네 번째 이야기, 청년누리 입주민, “모든 음식에 바탕이 되는 소금과 같은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504
173 [Special Interview] 다섯 번째, (사)나눔과미래 송경용 이사장, “행복을 선물하는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526
172 [Special Interview] 두 번째 이야기, 마을과집협동조합 최용완 실장, “꿈을 실현하게 하는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687
171 [Special Interview] 마지막 이야기, 한국타이어나눔재단 강혁 사무국장, “청년세대의 무게를 짊어지는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589
170 [Special Interview] 세 번째 이야기, 주식회사 녹색친구들 이주현 본부장, “따뜻한사회주택기금이 없다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합니다.” file 관리자 2020.03.31 612
169 [Special Interview] 첫 번째 이야기,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한솔 이사장, “낮지만 튼튼한 허들,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기금” file 관리자 2020.03.31 630
168 사회주택동향 [도시읽기]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됐을까? 관리자 2020.03.30 569
167 따뜻한 탐방 [따뜻한 탐방] '에어스페이스 신림2호점을 방문하고'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0.07.31 692
166 따뜻한 탐방 [따뜻한 탐방]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건축요소로 구현되고 있는 사회주택,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화곡점 file 따뜻한사회주택기금 2020.05.29 849
165 따뜻한 탐방 [따뜻한 탐방] 청년 공유주택 ‘공가’ 9호의 특별한 저녁식사 file 관리자 2018.07.30 1244
164 따뜻한 탐방 [따뜻한 탐방] 혼자가 아니었네…청년들이 모여 만든 ‘두더지하우스’ file 관리자 2018.10.02 1161
163 따사로이 포커스 [따사로이 포커스 19-1호] "사회주택의 위기와 새로운 기회" file 관리자 2019.11.05 945
162 따사로이 포커스 [따사로이 포커스 19-2호]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 file 관리자 2019.11.05 930
161 따사로이 포커스 [따사로이 포커스 19-3호] "공간의 설렘." file 관리자 2019.11.08 858
160 따사로이 포커스 [따사로이 포커스 19-4호] "사회적주택, 사회적금융이 청년을 위해 만나다" file 관리자 2019.12.13 10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