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에 익숙해지지 않기.

 

 

한빛나 (따뜻한사회주택기금 팀장)

   

   

   지난 주말, 옛 서울역 역사인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 284’에 다녀왔다. 무더위와 코로나19로 인해 집과 회사가 아닌 실내 공간에 방문한다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아이를 데리고 가도 될까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전시가 있어 방문하게 되었다.

   지난 역사 속 ‘서울역’은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이들의 설렘과 부푼 꿈이 가득했던 공공의 대표적인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바쁜 발걸음은 새로운 곳에 자리를 내어주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문화의 발자국이 되어 있었다.

 

‘익숙한 미래 :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포스터 (출처 : 문화역서울284 홈페이지)

 

   지금 이 곳에서는 ‘익숙한 미래 :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놀이터, 거리, 공원, 학교, 골목길, 지하철 이렇게 6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공공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무심결에 지나치고 있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공공안전, 공공배려, 공공협력, 공공편의, 공공품격, 공공소통, 공공혁신, 공공서비스’ 총 8개의 공공가치를 만날 수 있다.

   어려운 표현보다도 이러한 공공디자인을 접했을 때 거부감 없이 익숙해질 수 있어야 공공의 역할과 가치가 실현된다. 이 곳에서 소개된 공공디자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양한 배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우리 동네를 만들고자 하는 주인의식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겪는 예상치 못한 고통과 재앙 속에서 미래에 이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자연, 환경, 생태계, 인류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엿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공간별로 다양한 내용이 있는데 몇 가지 인상적인 것을 소개할까 한다.

 

(왼쪽)무장애 놀이터 _ 놀이터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운 공간이고 어렵지 않은 도전이어야 한다!

(오른쪽)스쿨존 옐로카드 _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옐로카드를 아이 가방에 달아줄 때 뭔가 안심이 되는 것은 세상이 아직은 ‘레드카드’가 아니기 때문일까?

 

기업의 ESG와 공익활동 _ 이 많은 아이디어들을 통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공공디자인은 작품이고 생활이자 약속인 만큼 다같이 잘 지켜나갔음 하는 바람이다.

 

새활용 디자인 _ 플라스틱 대란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많은 고민들이 이렇게 기발한 일을 해낸다. 플라스틱이 가방이 되다니! 더 많은, 더 나올 새활용 제품들이 기대되고 감사하다.

 

(왼쪽)골목길의 SOS _ 두 딸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골목길이 되길. 무엇보다도 서로 믿고 갈 길 가는 세상이 되길.

(오른쪽)지하철에서 헤매지 마세요! _ 매일 다니는 지하철 공간에서 환승은 언제나 긴장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큰(?) 배려가 있다면 아이도, 할머니도, 길눈 어두운 누군가도 당당히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비슷한 전시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운영 중이다. 이 곳은 ‘UD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는 프로그램인데, 개인의 주거생활 공간에서부터 도시생활, 경제에 이르기까지 유니버설디자인의 다양한 가치와 기술을 만날 수 있다.

 

‘UD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내부 사진 (출처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홈페이지)

 

   공공과 민간의 중간영역에 있는 우리의 사회주택도 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접목하여 사회적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모두가 더 나은 주거 공간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회주택은 공간 곳곳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욕실에는 앉아서 샤워할 수 있는 접이식 의자가, 현관에는 휠체어도 보관할 수 있도록 넉넉한 공간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회주택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올해부터 서울 내 모든 공공시설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다고 하니 연령, 성별, 장애,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누리는 주거 편의가 보편화 되리라 본다.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수유점 주거공간 (출처 : 따뜻한사회주택기금 홈페이지)

 

   그냥 지나쳤던 익숙한 것들에 대해 너무 익숙해지지 말고, 우리 개개인도 더 나은 삶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실천에 옮기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이름 모를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할 수 있기를. 이 모든 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기고 익숙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