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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입주민 이야기
2022.06.27 11:37

자연, 주택 그리고 사람(김혜련님)

 

 

자연, 주택 그리고 사람

 

사회주택명: 함께주택 4호점
운영기관: 함께주택협동조합
작성자: 김혜련님

  

 

Part 1: 자연과 주택

  저는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사회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성미산과 가까워 도심 속 분주함을 벗어나 자연에서 숨 쉴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집 근처 그리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의 숲에서 쉼을 가진다는 것이 참 어려웠는데, 사회 주택에 살게 되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재택 근무가 활성화되고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재택 근무를 시작하기 전 성미산에 갑니다. 아침 일찍 맑은 공기를 마시고 숲길을 걸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숲이 주는 편안함과 청량함이 나 자신을 맑고 깨끗하게 하여 일을 하는 동안 참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사진1.jpg성미산에서 바라본 우리 동네

 

  사무실로 출근하는 아침에는 한적한 연트럴 파크를 걷습니다. 이른 아침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홍대역의 모습보다는 주민들의 느긋한 일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8시까지 출근하는 터라 아침 7시의 상쾌한 바람과 깨끗한 하늘 그리고 흐르는 물을 보면서 길을 걸을 수 있어 기쁩니다.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에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그 기쁨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종종 연트럴 파크를 걷는데, 노을 지는 서쪽 하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도 또 하나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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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연트럴 파크

 

  저는 종종 제가 사는 주택 옥상에 올라갑니다. 옥상에서는 예술 작품과 같은 서울의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보름달이 뜨거나 구름이 하늘에 수를 놓은 날에는 자연이 주는 선물들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답답한 건물 속에 갇혀 일을 하다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옥상에 올라가 크고 넓은 마음의 하늘을 볼 수 있어 감사한 하루 하루입니다.

 

  공동 주택 살기 때문에 이 주택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옥상에 올라갈 수 있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주인이 있는 다세대 주택에 살 경우, 대부분 집 주인만 옥상을 사용할 수 있는데 공동 주택의 경우 누구나 다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이러한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니 참 좋습니다. 옥상에서 보는 하늘은 모두의 공간이라는 것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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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바라본 하늘

Part 2. 주택과 사람

  제가 살고 있는 주택은 ‘띠앗’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띠앗은 순 우리말로 ‘형제애’를 뜻합니다. 입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서 띠앗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택 1층에 있는 커뮤니티 룸에 들어서 오른쪽을 보면 바로 띠앗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볼 때마다 이런 곳에서 이웃과 정을 나누며 함께 살고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띠앗에 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띠앗이라는 단어를 평생 알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1층 정원을 열심히 가꾸는 입주민 덕분에 꽃과 식물을 항상 볼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그리고 3층에 사는 선이라는 아이는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고, 이름처럼 마음도 착해서 어른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꽃과 식물과 같습니다. 선이의 그림은 종종 본인 집 대문에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입주민 팬들이 있을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4층에는 외부 발코니가 넓게 있습니다. 그곳에 빨랫줄을 걸어서, 미세먼지 없이 맑고 깨끗한 날에는 빨래를 널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빨래를 널거나 걷으면서 입주민들과 종종 마주치게 되고 그러면서 대화를 할 수 있어 기쁩니다. 또한 햇볕에 말린 수건과 침구류는 다시 사용하게 되었을 때 그 뽀송함이 참 좋습니다. 입주민들은 외부 발코니에 있는 빨랫줄 덕분에 세탁과 건조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과 주택 청소도 하고, 입주자 모임을 하면서 ‘함께 사는 것’의 의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자유로운 만남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상에서 ‘나누는 마음’이 있어 참 좋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갔을 때, 누군가는 참외를, 누군가는 웨지 감자를, 또 누군가는 복숭아를 나눠 주시는데 그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 저도 텃밭 상자에서 키운 고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아직 옥상을 어떻게 활용할지 입주민들과 논의 중입니다. 올해는 거리두기 방역수칙으로 인해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이 어려웠고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옥상에서 입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등의 모임을 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것은 이렇게 개별적으로 그리고 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함께주택 4호 띠앗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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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주자 모임을 하는 커뮤니티룸, 2. 입주민이 나눠주신 참외, 3. 입주민 누군가 키우는 해바라기, 4. 3층에 사는 하선이 그림

 

Part 3. 감사편지

  꽤 오랫동안 서울의 이곳 저곳을 이사 다니며 살았습니다. 계속되는 이주에 어딘가에 내가 잠시 머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따뜻한 사회 주택 기금 덕분에 지금의 함께주택 4호 띠앗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안정적인 주거로 인해 모든 일상이 훨씬 감사해지고 또 훨씬 자유로운 마음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동네 이곳 저곳의 자연 속에서 쉼을 가지면서 세상에서 집착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안정적인 생활 덕분에 안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주거 덕분에 사회적으로 하는 일에도 더 책임을 가지고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준다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다는 마음도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 흐르듯이 모든 것이 흐를 때, 자연스럽게 사람들 간에 정이 오고 간다는 것을 삶에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입주민들과 한달에 한번씩 하는 모임을 참여했습니다. 수도권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서 구글 Meet을 통해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주택을 함께 가꿔나가는 일들을 나눴습니다. 입주민들이 모두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데,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서로를 돕는 과정이 참 좋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모임에 참가하는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 종종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회주택 살맛나’에 제출할 글을 쓰고 무슨 내용을 썼는지 다시 읽어보니, ‘감사’, ‘자연’, ‘선물’, ‘함께’, ‘기쁨’ 그리고 ‘자유’라는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의 제 마음이 이러한 말들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첨부하는 사진들을 보니 제가 바라보는 것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의 눈과 시각적으로 바라보는 것들이 참 많이 변화되었음을 느낍니다.

  돌아가 머물 곳이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주택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사회적 우정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주택의 힘을 받아 저 또한 누군가의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주어진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이웃과 정을 나누고 또 그 마음을 가지고 사회로 나아가 사회적으로 우정을 쌓아가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사회주택 기금’에 관여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주택’을 운영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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