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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입주민 이야기
2022.06.21 15:34

즐거운 우리 집(김지연님)

 

 

즐거운 우리 집

 

사회주택명: 아츠스테이 신림점
운영기관: (주)안테나
작성자: 김지연

  

 

 

  나의 집은 어디 있을까? 19년을 이른바 이라고 하는 곳에서 살았다. 그곳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던 종합병원에서 첫 숨을 뱉었고, 여섯 살 때 한번 같은 시의 다른 동네로 이사 갔던 것을 제외하곤 기억에 남는 이사 장면도 없었다. 중학교까지는 차로 10분 거리였다.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조금 지겨워서, 열아홉이 되었을 땐 부모님을 졸라 괜히 기숙사에 들어가 살아보기도 했다.

  그리하여 촌에서 자란 미성년에게 서울이란 건 영영 꿈의 도시였다. 그리 멀다고 말하기도 뭐한, 버스로 두 시간 겨우 걸리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일상에 비해 너무나 거대했다. 높은 빌딩들은 반짝였고, 어디에 있든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 입버릇처럼 친구들과 그래도 서울에 가야지했다. 왜냐는 물음은 오가지 않은 채, 우리는 공부를 하느라 쥐고 있던 펜으로 꼭 서울에 가자고, 내내 복도 벽에 낙서를 했다. 그렇게 도착한 서울은 반짝이지도, 높지도, 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방 한 칸이었다.

  이곳저곳 옮겨 다녔다. 학교 기숙사도, 학사도, 후문 쪽의 자취방도 다 한 칸이었다. 사는 게 아니라 머무는 것 같은 기분을 씻어낼 수가 없었다. 기껏 얻어낸 20대 초반의 삶은, 지하철을 탄 모습과 비슷했다. 갑갑하고, 눅눅하고, 덜컹댔다. 다음 정차역을 신림에 있는 사회주택으로 정하던 날엔 다 쓸어갈 것처럼 비가 쏟아졌다. 나의 집은 어디 있을까? 풀리지 않을 난제였다. 지금부터 돌아갈 곳을 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날은 반쯤 젖도록 길을 헤맸다.

  나는 어디든 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건 형식적인 공간을 부르는 말이 아니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는 들지 않을 만큼 안심되는 공간이 필요했다. 사회주택으로 이사를 오던 날, 나는 일부러 짐을 잔뜩 가져왔다. 거의 눌러 살겠다는 수준으로. 책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 책장을 두 개나 새로 샀다. 좋아하는 엽서를 벽에 붙이고,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물건들을 책상 옆에 두었다. 여전히 한 칸이었지만, 나는 여기를 집이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더이상 집 안에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6층에 있는 공동주방에서 밥을 먹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혹시 복숭아 좋아하세요?’ 처음 마주하는 사이에 묻기에는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이곳은 그런 엉뚱한 다정함이 성립하는 공간이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 좋아해요.’ 그러자 내 손에 복숭아 한 알이 쥐어졌다. 그날 그 복숭아를 먹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1층에 내려가면 나처럼 처음 신림에 살기 시작한 이들도 참고할 수 있게, 주변의 식당 정보를 하나하나 손글씨로 써둔 메모들이 뺴곡히 붙어있다. 덕분에 이 동네를 좋아하는 공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곳의 주민이 된다. 비로소, 즐거운 우리집에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사회주택살맛나_김지연_사진3.png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책상 앞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사회주택살맛나_김지연_사진2.jpg
<아츠스테이 신림점에 이사 온 초기의 상태>

 

사회주택살맛나_김지연_사진1.jpg
<아츠스테이 신림점 1층 엘리베이터 쪽에 있는 게시판>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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