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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제 금융을 고민할 때이다(남철관)

by 따뜻한사회주택기금 posted Jan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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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제 금융을 고민할 때이다.

 

 

남 철 관 (나눔과미래 지역활성화국장)

 

 

  사회주택은 꽤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사람이 사는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땅이 있어야 하고 건축과정에서도 철거, 설계, 시공 등 단계와 공정마다 큰 예산이 지출된다. 인간의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기본재‘(social primary goods)’이면서 가치재’(merit goods)이기도 한 은 이렇게 많은 비용이 수반되어 부동산을 둘러싼 이윤추구의 격전장에서 주연급인 아주 비싼 시장재’(market goods)이기도 하다. 가치재 (merit goods)의 시장적 정의는 민간부문에서 생산공급되고 있으나 이윤극대화 논리에 따른 생산량이 최적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정부1)가 직접 공급에 개입하는 재화를 의미한다. 당연히 재화의 소비 자체가 필수적이거나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유형별로 보면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분양과 민간임대는 시장재’, 공공임대와 사회주택은 가치재로서의 속성을 갖는다.

  문제는 한국 상황에서는 사회주택을 가치재로 여기고 공급하는 것이 공공임대의 공급에는 투입되는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재와 가치재, 어느 쪽으로 간주하든 주택의 단위면적당 조성비용은 품질이 같다면 개념적으로 다를 이유가 없다. 가치재를 지향하면 더 나은 주택품질과 특성화된 공유공간(커뮤니티시설)의 확보를 지향하기 때문에 더 높은 비용이 소요되고, 임대료 수입 등 수익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도입기 사회주택 정책에서 토지임대부의 비중이 컷 던 것은 다분히 이런 상황에 기인한다. , 사업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매입비를 공공의 저리 임대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자본조달의 부담을 낮추어 장기임대 방식의 저렴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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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시사회주택플랫폼(왼), 사회주택협회백서(오)>

 

  서울시에서 시작된 정치적 환경의 변화는 이런 사업구조를 파괴하고 있다. 토지임대부를 통한 공공의 토지비축이 갖는 사회적, 경제적 효과는 의도적으로 도외시하고, 시장(市長)이 직접 나서서 사회주택이 민간 사경주체를 위한 낭비성 사업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논쟁이 시작되었다. 후속조치로 토지매입비가 절대적인 내년도 사회주택 예산을 사실상 전액 삭감한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주지하듯이 우리와 같은 첨예한 갈등에 기반한 정치우위의 사회에서는 (지방)권력이 교체되면 큰 정책변화가 뒤따른다. 하지만 사회주택 뿐 아니라 사회정책 전반에 대해 이 정도로 기존 사업에 대한 부정과 공격이 가해질지는 민간, 심지어는 공공부문의 누구도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현실을 보자. 그간 서울시()의 부당한 공격에 대해 정당한 방어와 반격에 주력했다면 미래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정부, 타지자체와 토지임대부 방식의 사업이나 테마형주택과 같이 공공이 매입하고 운영권을 민간에 부여하는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겠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포진한 사회적경제조직은 이제 새로운 대안을 실험해야 한다. 토지와 건물 모두를 민간이 소유하고 장기간 운영하는 부담가능한 주택이 그 모델이 될 수 있다.

  이게 가능하려면 금융을 움직여야 한다. 기존에 작동하던 사회적금융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토지임대부에 맞춰져 개발된 기존의 정책금융도 해당 정책이 멈춰지면 무용하다. 그래서 공공금융은 더 넓게, 시장금융은 새롭게 살펴보면서 다양한 루트로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조적 접근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보증대출의 통로가 좁아지고는 있지만 HUG, HF는 여전히 중요한 자원이다. 심의에 통과한 사업에 대해 보증서 발급이 거부되거나 보증서가 협약은행의 실제 대출약정을 확실하게 담보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해석이 먼저이다. 주력사업인 토지임대부 방식은 토지담보를 제공할 수 없어2) 신용등급과 부채비율에서 좋지 않는 지표를 가지 사경주체가 이런 대출시스템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민간사업자가 토지를 매입(보유)하고 예비인증 후에 보증대출을 받게 되는 서울시의 공동체주택이 사회주택과는 달리 비교적 원활하게 금융조달을 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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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주택금융공사>

 

  결국 토지를 확보하여 사회주택 모델을 사경주체의 자산화전략으로 확장하자는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공동체주택처럼 토지담보 제공을 전제로 공공보증기관과 협약은행이 총사업비의 90%를 장기, 저리로 융자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주택과 비교할 때 국토부 기준 85%이하의 낮은 임대료 (공동체주택은 시세의 95%), 무주택가구에게 10년 이상의 장기임대로 운영 (공동체주택은 조합, 개인 소유방식으로 조성 가능)한다는 점에서 공익성이 상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금융이다. 현재 사회주택에 투입되는 재원은 대략 1:23(민간조성기금:지자체기금)의 구성인데 서울시 정책변화에 따라 시 매칭기금은 추가 확보하기 어렵다. 해당 분야 사회적금융기관이 시민펀딩이나 나눔재단이 출연한 따뜻한사회주택기금과 같은 기업 사회공헌 자금의 확보와 같은 추가적인 자원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ESG 등 사회적가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부 민간은행이나 국책은행과의 긴밀한 협력하에 사회주택의 특성에 맞는 좋은 상환조건의 PF상품을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그동안 일부 은행들과 꾸준하게 진행해 온 협의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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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의 영역으로 투자시장의 개척이 있다. 부채로 잡히는 융자와는 다르게 자본으로 편입되어 재무적 건전성을 지킬 수 있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면서 다소 부족한 사업성과 IR능력을 보완할 수도 있다. 먼저 메자닌 투융자를 보면 일부사업자가 은행권에서 유치한 경험이 있는 CB(전환사채)3)가 좋은 사례이다. 높은 수익성이나 기업공개와 상장으로 대표되는 성장성을 갖기 어려운 사회주택 사업의 특성상 일반 융자상품에 비해 다소 표지금리가 높아도 실적과 가치를 확보한 사업주체는 지분확보까지 염두에 둔 금융기관과 이런 방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국토부는 도시재생모태펀드, 공유주택펀드를 런칭한 바 있어 공공의 투자도 유망한 분야이다. 정책사업의 육성, 일자리 창출과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지원을 목적으로 기금을 설정하고,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선정된 운용기관이 결성하는 해당목적의 투자조합(자펀드)에 매칭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일반 투자시장과는 다르게 펀드별 정책목표의 달성을 중요시하고 목표(요구)수익율이 0에 가깝기 때문에 공공성은 높지만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은 사회주택의 성격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국토부의 공유주택 펀드는 쉐어하우스를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기업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어 공동체주택과의 비교에서 보았듯이 공익성이 강한 사회주택 모태펀드설정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사회주택협회를 중심으로 정책제안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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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F>

 

  그 외에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실행사례가 나오고 있는 사회혁신채권(Social Impact Bond ; SIB)은 성과에 따른 후행적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원정책이다. 성과측정이 가능한 특정 주거약자 입주율, 낮은 임대료와 공실율 등을 목표테마로 한다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공모와 사모로 구성되는 사회주택 분야 부동산펀드의 설정도 신영역이다. 안정적 투자처를 찾는 자산운용사를 파트너로 사회주택 전용펀드 모펀드를 조성하고 자펀드가 사업자를 지원하는 구조이다. High Risk-High Return을 기본으로 하는 투자시장에서 Low Risk-Low Return을 속성으로 하는 사회주택사업은 생소한 영역이기 때문에 주택금융 공적기금 등이 출자를 통해 사회주택 모펀드(가칭)를 조성하고, 사회주택 모펀드 운용사를 선정하여 사회주택 모펀드의 운용·관리를 위탁하는 방식4)HF산하 주택금융연구원의 제안이기도 해서 첫시도로서 적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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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F(2018)>

 

  이미 일부 사업자가 시도해서 성공한 바 있는 크라우드 펀딩이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공동체투자신탁(CLT) 등 다채로운 자금조달 방안을 사회주택 공급, 관리에 활용하는 시도도 긴요해 보인다.

  금융의 벽은 높고 사회주택은 막 사다리를 올라가기 시작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업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융의 허들을 넘는데 장애물인 낮은 사업성을 규모의 경제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최우선 해결과제인 주택문제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 민간분야 융투자 시장이 사회주택에 문호를 더 개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울시의 정책적 배신을 금융 신대륙 발견의 기회로 여기고 출항을 서두르는 것이 위기극복의 시작이 될 것이다.

 

 

<주석>

1) 필지는 정부에 더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민간도 가치재의 공급주체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음.
2) 토지지원리츠 등 공공은 소유한 토지에 대한 담보권 설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3)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사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를 띤 채권
4) HF(2018), 주택금융 공적기금을 활용한 사회주택 지원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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