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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내가 사회주택을 선택한 이유, 마지막 선택

 

사회주택명: 답십리 달팽이집
작성자최다정

 

 

 

첫 독립을 결심한 후, 원룸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열심히 팔았지만 원하는 조건과 한정된 예산 사이에서 좌절했지만, 사회주택을 알게 된 후 드디어 독립에 성공했다.”

 

 

  첫 독립을 결심한 건 한참 전이었지만, 생각만큼 독립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일단 독립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비싼 월세, 깡통전세, 독립으로 인해 추가로 지출될 생활비 등 경제적 문제와 여자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안전상의 문제, 기타 등등을 대며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나는 첫 독립임에도,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독립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그 준비과정에서 서울에 작은 원룸 하나 내 힘으로 구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주변 친구 중에서도 첫 독립이라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직방, 다방을 수시로 보며 일단 좋은 매물이다 싶으면 집을 보러 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어플엔 허위매물, 미끼매물이 많단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당해보니 정말 많았다. 사진으로 봤던 방을 보러 약속을 잡고 가면 조금 전에 그 방이 계약됐다며 부동산 직원들은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곳은 백이면 백 그전보다 훨씬 안 좋은 조건이었다. 아래 네 가지 조건에 맞는 집을 찾다 보니 회사와 점점 멀어져 편도 1시간인 본가와 별 차이가 없는 거리의 방을 보러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1. 화장실이 깔끔할 것(신축 5년 이내 혹은 리모델링)
2. 12천 이내 전세일 것 (전세대출 가능한 매물로)
3. 회사(서울 강북)와 출퇴근 교통 잘 되어있을 것
4. 5평 이상일 것

 

부동산 중개인과의 문자.png

 

 

<부동산 중개인과의 문자>

 

  이럴 바엔 독립을 포기해야 하나 좌절할 때쯤 오랜만에 맘에 드는 방을 만났다. 부동산 아저씨도 이 방은 인기가 많다며 방을 본 당일에 바로 계약할 것을 재촉했다. 혼자 유튜브로 독학했던 '원룸 사기 안 당하는 법'을 떠올리며 등기부등본을 떼어 봤는데 거래가액보다 채권 최고액이 큰 말로만 듣던 '깡통전세' 건물이었다. 어렵게 맘에 드는 방을 만났고, 설마 내가 잘못 안 거겠지 싶어서 부모님 몰래 계약을 해버리려던 계획을 잠시 중단하고 부모님께 확인 요청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깡통전세였고, 부모님은 당장 집에 오라며 노발대발했다.

  부모님과 사이만 더 안 좋아진 상태로 독립 욕구는 커져만 갔지만, 한번 사기당할 뻔 했다고 생각하니 계약이 무서워져서 전세자금 보험까지 유튜브로 꼼꼼히 찾아보며 공부했다. 맘이 좀 진정되고 난 후 다시 방을 찾아 나섰고, 몇 번의 허탕 끝에 조건에 맞는 방을 어렵사리 또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떼서 보던 중 처음 듣는 '다중주택'이라는 표현이 보였다. '다중주택에는 개별 호실별로 취사 시설 (가스레인지, 싱크대 등)은 불법'이라는 설명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난 후에야 그 건물이 불법건축물임을 알게 되었다. 부동산 직원은 이에 대해 사전에 설명도 없었을뿐더러 내가 먼저 물어보자 이 조건에 다중주택 아닌 원룸 매물 찾으시는 거라면 보여 드릴 게 없다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때 이후로 더는 어플을 통해 집을 보러 다니지 않았다. 대신 사기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국가에서 진행하는 부동산 정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서울을 포기하고 경기권의 행복주택을 신청했음에도 경쟁률은 몇 천 대 일이었고, 겨우 받은 나의 예비순번까지 방은 돌아오지도 않았다. 이 정도 했으면 이제 독립은 진짜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마지막 순간에 알게 된 것이 바로 '사회주택'이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제도라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했는지 행복주택보다 경쟁률이 훨씬 낮았다.

 

입주선정 문자.png

<입주 선정 문자>

 

  1년 된 신축 건물, 서울에 있어 회사와 30분 거리, 9평대의 넉넉한 방 크기(테라스도 별도), 비록 반전세이긴 하지만 저렴한 보증금(2천만원대)과 낮은 월세(20만원 초반대), 게다가 직접 사는 사람들이 집을 관리한다는 취지에 맞춰 별도 관리비가 없는 점, 플러스알파로 함께 사는 건물 사람들과 공동체 형성까지.

  내가 원하던 조건이 다 갖춰진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이 반대 이유로 내세웠던 보증금의 사기 위험성이나 높은 월세, 여자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안정성에 대한 문제까지 모두 무력화시킨 이 사회적 주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한번 행복주택 입주에 실패한 탓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운이 좋게도 사회주택 입주에 선정되어 기나긴 독립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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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로망을 실현하며 사는 中>

 

  지금은 테라스 꾸미기, 빔프로젝터 등 그동안 쌓았던 독립의 로망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며 독립라이프를 즐기는 중이다. 독립을 꿈꾸지만 나와 같은 현실 속 어려움으로 좌절하고 있을 많은 청년에게 사회주택의 희망을 나눠주고 싶다.

 

 

 

 

 

* 본 원고는 사회주택 살맛나에 참여한 입주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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