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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혼자가 아니었네…청년들이 모여 만든 ‘두더지하우스’

 

부천시 소사본동의 한 주택가 골목, 다세대주택 3층에 둥지를 튼 ‘두더지하우스’ 4호점을 찾았습니다. 창문을 통과한 오후의 햇살이 집안 곳곳에 무늬를 만듭니다. 주방 수납장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알려주는 쪽지가 붙어있네요. 냉장고 옆면에는 무슨 반찬이 들어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걸려있습니다. 쉐어하우스다운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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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려 있지 말고 ‘모여라, 두더지들’


두더지하우스를 운영하는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이하 모두들)의 김이민경 상임활동가와 조합원이자 이곳 입주민인 조혜진 씨와 반갑게 일행을 맞습니다. 방에는 조그만 찻상이 마련돼 있었고, 방주인, 조혜진 씨가 차 한 잔을 건넵니다. 지리산 매화꽃차라네요. 향긋한 꽃향기가 그윽하게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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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사회주택기금 이제원 차장(왼쪽)이 김이민경 상임활동가(가운데), 조혜진 조합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혜진 씨는 원룸에서 생활하다 올 3월 이곳으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그는 “정말 대만족”이라며 밝게 웃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 살면서 감당해야 하는 정서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게 좋아요.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게 큰 의지가 됩니다.”

두더지하우스 4호점에는 조혜진 씨를 비롯해 3명이 함께 생활합니다. 함께 사는 공간이라 서로 지켜야 할 게 있기 마련이죠. 서로 역할을 나눠 요리, 청소 등을 합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생각의 무늬가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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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입주조합원]

 

김이민경 활동가에게 ‘왜 두더지하우스인지’를 물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취업, 학자금대출, 주거 등의 문제로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자기만의 굴속에 틀어박혀 괴로워하고, 자신이 못나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좌절합니다. 혼자 굴속에 있던 ‘두더지’를 밖으로 나오게 하자,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우리 청년들이 모여 함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며 이 일을 시작했어요. ‘모여라, 두더지들’의 약자가 ‘모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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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 김이민경 상임활동가]

 

2013년부터 청년 쉐어하우스 운영


모두들은 2013년부터 청년들이 안정된 주거를 기반으로 지역에서 작은 일자리를 일구고,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아왔습니다. 2015년 정식으로 협동조합으로 출범해 현재 부천 소사본동을 중심으로 4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합원수는 거주조합원, 일반조합원을 포함해 20명입니다.
두더지하우스에 입주하려면 조합원이 되어야 하고, 가입출자금 30만원을 납입하고 조합원교육(5회)을 받아야 합니다. 보증금은 없고, 월 임차료는 1인실 23~27만원, 2인실 20~23만원입니다. 모두들에서 주택을 전세로 임차해 조합원들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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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소사본동 다세대주택 3층에 있는 두더지하우스 4호점]

 

초기에는 자본금이 없어 조합이 전세가 아닌 월세로 집을 빌려 조합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월세 부담 때문에 두더지하우스를 늘려가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조합의 자산을 쌓는 일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이에 조합은 전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2015년, 1억 원을 목표로 ‘두더지둥지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사방팔방 기금 모집에 나섰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김이민경 활동가가 당시를 회상합니다.

 

“막막했어요. 여기서 이 일을 그만 두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따뜻한사회주택기금에 연락을 했고, 기금을 대여 받아 두더지하우스 3호점을 열 수 있었습니다. 전세로 구한 첫 집이었어요.” 

 

또 다른 실험, 시민출자 방식의 ‘터무늬있는집’

 

모두들은 올 가을에 5번째 집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이 집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시민출자기금으로 진행하는 청년주택인 ‘터무늬있는집’ 2호점입니다. 김이민경 상임활동가는 터무늬있는집 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따뜻한사회주택기금뿐 아니라 저희 활동을 눈여겨보신 곳이 여럿 있는데, 사회투자지원재단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작년부터 터무늬있는집 사업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지역에서 청년들의 힘과 의지만으로 청년주택을 늘려가는 건 한계가 있고, 기존 지원정책은 진입장벽이 있어 시민출자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보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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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은 조합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5년여의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김이민경 활동가를 비롯한 3명이 지역에서 집과 일자리를 일구자는 소박한 꿈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청년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2017년부터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천 사회적주택 운영기관으로 선정돼 운영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2명의 상임활동가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었어요. 활동비도 되지 않는 수준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거죠.”

 

모두들의 목표는 청년주택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더불어 사는 집’을 만드는 게 최종 목적지입니다. 집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서로가 비빌 수 있는 관계들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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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차를 마저 마셨습니다. 차는 식었지만 향은 여전했습니다. 두더지하우스를 나서 돌아가는 길에도 ‘따뜻했던 기억’은 이어졌습니다.

 

 모두들 홈페이지 :  http://www.modoodeul.com

 

글/사진. 손인수(벼리커뮤니케이션 책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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