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서울(문이령님)

by 따뜻한사회주택기금 posted Jul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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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서울

 

 

사회주택명: 달팽이집 5호점
운영기관: (주)두꺼비하우징
작성자: 문이령님

  

 

 

  지금 본가는 전라북도 남원에 있지만, 서울은 나의 고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배움이 가득한 곳에서 춤을 배우고 싶어 올해 3, 홀로 서울에 올라왔다. 어렸을 때부터 살던 곳이니까 당연히 두렵지 않고, 익숙하고, 적응도 빠르게 하리라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듯 낯설기만 했던 3월의 서울이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첫 독립, 첫 학원, 첫 선생님, 첫 집. 처음 겪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서울에서 살아보겠다 결심하여 첫 독립한 집이,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쉐어하우스였다. 서울에서 집을 알아볼 때는 원룸, 고시원, 쉐어하우스를 찾아다녔고 그나마 괜찮은 곳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어디든 살아봐야 안다고, 첫 방문 때는 몰랐던 불편한 부분들이 매일 하나씩 늘어갔다. 방에는 햇빛이 들지 않았고, 한방에 사는 사람들과 소통이 되지 않아 충돌이 많았고, 청소는 하나도 되지 않아 집, 방 안에서도 실내 슬리퍼를 신지 않으면 양말에 새카매질 정도였다. 쉐어하우스에 거주하던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 달을 살아본 나는, 더는 여기서는 못 살겠다. 판단되어 급하게 다른 집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민달팽이 주택 협동조합이었고, 지금 살고 있는 사회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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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들어오는 2층거실]

 

  방에 햇빛이 들어오는 것이 제일 만족스러웠다. 방 안에 있는 가구들은 세월이 흘러 많이 낡기는 했지만, 불편한 점은 없었다. 한집에 사는 인원이 많지 않아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모두가 모여 반상회도 한다. 청소가 안 되는 부분, 새식구 소개, 필요한 안건들을 한집에 사는 식구끼리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한다. 시간이 되면 같이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맥주도 한잔 씩 하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내 눈짓과 몸짓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지금 우리가 사는 집 상태가 어떤지. 하나씩 공감하고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이 공간은 우리집이 되는 것이다. 대화가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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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입주자 분들이 두고 가신 트레이와 침대 선반]

 

  공기를 마시고, 땅에 발을 딛고, 손끝이 닿아 만들어진 공간은, 그 정이 깃들어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전입주자분들이 꾸려놓으신 공간, 물품, 두고 가신 물건. 무엇하나 낯설지 않다. 외롭게 살 수도 있었던 타지 생활이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다가온다.

낯선 곳에 가면 누구든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서울도, 독립도, 혼자도, 새 출발도 낯설었던 나는 이 공간을 이젠 우리 집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은, 아프고, 외롭고, 슬프지만 내 속에 든든하게 디딤돌이 되어주는 배움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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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사회주택]

 

 
 
 
 

 

 

 

 

 

 

 

-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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