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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방송작가, 산업디자이너, 영상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바쁜 몸이지만 얼굴 보면 짧게 반가운 인사라도 하며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임을 느낀다. ... 이 집에 머무는 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는 특권을 잘 누리고 즐겨야겠다. 만남과 있으면 헤어짐도 있겠지만, 훗날 뒤돌아보면 이 집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아련한 젊은 날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 본문 중-

 


달팽이집 5호에서의 특별한 만남




사회주택명: 민달팽이집 5호점
운영기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작성자: 조현재


  내 생애 최초로 사회주택이란 곳에 입주했다. 코로나 시국인 만큼, 새로 이사 갈 집을 찾을 때 각별한 유의가 필요했다. 기존 원룸의 계약만료일이 성큼성큼 다가왔지만, 더 이상 좁디좁은 실 평수 6평도 안 되는, 감옥 같은 방에서 혼자 살고 싶지 않아 재계약은 하지 않았다.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늘 학교 근처에서만 살던 나에겐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다.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주거형태를 찾아 뒤지던 중, 우연히 민달팽이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되었고 조합에서 운영하는 달팽이집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다. 학생이기에 학교와의 거리도 물론 중요했지만, 특별히 내 눈에 띄는 집이 하나 있었다. 은평구 녹번동 천주성당 근처에 있는 달팽이집 5호였다. 2층집인데 겉으로 보기엔 그저 일반 주택처럼 생겼지만 무려 9명까지 거주가 가능한 쉐어하우스 형태였다. 학교에서 가까운 LH제기동을 먼저 알아보았지만, 서류심사가 9주나 걸리고 공실도 당장 없는 상태였다. 지하철 타고 다닐 각오를 하고 달팽이집 5호 집 보기 및 식구와의 만남을 진행하게 되었다. 실제적인 관리는 두꺼비하우징이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하고 있어서 똑같은 계약서를 두 개 작성해야 하는 특이한 계약구조였다. 마침 기존 입주자들 중 대다수가 계약이 끝나 이사를 나가는 교체 타이밍이었고, 공실은 충분했다. 달팽이집 5호에는 잡초가 무성한 마당도 있고, 1층에 넓은 거실, 2층에 테라스도 있었다. 기존 입주자들 중 고양이 애호가들이 많아서 그런지 문 앞에는 고양이도 두어 마리 있었다. 집사들이 보금자리도 만들어주고 사료도 정성껏 주고 있었다. 굉장히 정겨운,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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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5호 앞마당 및 우리 마스코트 고양이>


  내가 보러온 방도 꽤 넓었다. 이 집의 구석구석이 첫 인상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던 나는 바로 당일에 계약서를 작성했고, 보증금을 송금했다. 이사 후에도 몇몇 사람이 퇴실하고, 몇몇 사람은 새로 입주했다. 이제 어느덧 들어온 지도 3개월이 다 되었고, 이 집이 익숙하고 정도 들었다. 학교는 좀 멀어졌지만, 다녀오면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이 집은 내게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각자의 공간이 공동의 공간과 어우러져 3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저택 같은 느낌이 가끔 든다. 본가가 지방이라 서울에 홀로 오랜 기간 독수공방 하던 나로서는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가 얼마나 그리웠던지 모른다. 방송작가, 산업디자이너, 영상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바쁜 몸이지만 얼굴 보면 짧게 반가운 인사라도 하며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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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설거지를 하며 즐겁게 만담을 나누는 우리 달팽이집 5호 식구들>


  며칠 전 내가 이 집의 회계를 맡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 시기 본가로 내려가 재택근무한 분에 대해 장기부재 처리하여 관리비를 환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안건이 올라왔다. 감정적으로 처리했으면 분란이 커질 뻔했지만, 자치모임의 특성을 살려 밤 10시에 임시반상회를 개최하였고, 결론적으로 찬반 의견을 조화롭게 수렴하여 그 해당 시기에 대한 관리비 50%를 환급해드리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누구 하나 언성 높이지 않고 차분히 의견을 나누며 각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였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점이 뿌듯하고 보람 있었다.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고, 여럿이 모여 머리를 맞대면 어려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음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 그 분의 생일이 가까워서, 회의가 끝난 후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지만 근처의 문 연 베이커리에서 조그마한 케잌을 하나 사 함께 축하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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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5호집 식구들과 함께 감동의 생일 축하>


  혼자만의 틀에 갇혀 고립되지 말고, 이 집에 머무는 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는 특권을 잘 누리고 즐겨야겠다. 만남과 있으면 헤어짐도 있겠지만, 훗날 뒤돌아보면 이 집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아련한 젊은 날의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5호집 화이팅!






* 본 원고는 사회주택 살맛나에 참여한 입주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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