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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나는 이 존중과 책임감을 사회주택에서 학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공유된 공간을 서로를 배려하며 사용하는 것각자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때로 대가 없이 나누는 것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사회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을 가지며 일종의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게 한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르는 이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는 점이다." - 본문 중-

 


바퀴벌레라니


사회주택명: 자몽셰어하우스 갈현점
작성자: 전예린


  일단 먼저 당부하고 싶은 점은 항상 이런 일이 있지는 않다는 것. 코로나 19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고 동시에 (자가격리로 인해) 조용할 때, 사회주택의 소통시스템도 덩달아 조금은 바뀌어야 했다. 입주자회의의 잠정중단 및 보류는 물론이고 셰어하우스에서 예방 차원으로 소독제를 배포했다. 라벤더와 레몬향이 나는 천연소독제였는데, 그 당시 마스크와 손소독제의 물량이 모자라던 때인데 천연소독제라니, 감동적인 처사였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가, 내가 입주한지 거의 몇 주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조금 있다가는 서울시의 거의 모든 곳이 레드존이 되었다. 타국에 비하면 그리 위험한 편도 아니지만 전염병이라는 어떤 육중한 무게의 단어 때문에 사람들은 두려워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나는 사회주택에 살아 주방, 화장실, 샤워실, 거실, 식기를 공유해야하기 때문에 개인위생에 더 신경 써야 했다. 아마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모든 입주민이 공통으로 모르는 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몸소 거주지에서 느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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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손소득제>


  이 책임감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본다.모르는 이들에 대한 책임감모르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 세상은 끊임없이 증폭하고, 오프라인의 세계에서 개인들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가는 이 시대에 이런 존중감과 책임감은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존중과 책임감을 사회주택에서 학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공유된 공간을 서로를 배려하며 사용하는 것, 각자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 때로 대가 없이 나누는 것,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을 가지며 일종의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르는 이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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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주방>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바퀴벌레가 나오면 그 벌레는 정말 어디로 갈지 모른다. 302호로 갈 수도, 311호에 갈 수도, 또는 내방을 어택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자질구레한 사건이 공공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일련의 사건을 말해보자면, 내 방에서 그냥 휴대폰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입주자 카톡방에 어떤 방에 바퀴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카톡이었다. 나는 사실 벌레에 대한 공포가 없어서 사람들의 벌레에 대한 공포를 상대적으로 잘 목격했었다. 나 말고는 잡을 사람이 없겠구나 싶어 문을 두드리고 다른 분의 방에 들어가 벌레를 아주 빠르게 잡았다. 잡고 내 걸레를 빠는데 바퀴벌레의 다리가 나왔다. 그래서 그 다리를 배수관으로 흘러보냈다. 별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공공의 주제가 바퀴벌레인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일 이후로 이 공간이 편해졌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바퀴벌레가 나온 건 정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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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판>


  다 비슷한 방의 크기에 모양을 가지는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웃긴 일이다. 천장을 말끔하게 잘라서 위에서 아래로, 우리가 집 모형을 구경하는 시점으로 찍으면 얼마나 다양한 삶들이 담길까. 이런 상상을 하며 글을 마친다.


 




* 본 원고는 사회주택 살맛나에 참여한 입주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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