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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입주민 이야기
2020.09.17 15:23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것들(두희정님)

 

"이제 생활한 지 16개월가량 되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직업군, 성격,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부대끼고 사는 것에서 오는 행복함과 정서적인 안정감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일어나 눈 비비고 헝클어져 있어도 창피하지 않고 서로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취미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 본문 중-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것들

 

 

 

사회주택명: 자몽셰어하우스 갈현점
운영기관: 마을과집협동조합
작성자: 두희정

 

  방에서 서울로 이직을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아마도 보금자리일 것이다.

  보증금, 월세도 걱정이었지만 약간의 결벽증이 있어 깨끗하고 청결한 것을 유독 고집하는 나이기에 집을 고르기 전부터 걱정과 함께 엄청난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전라북도 익산에서 근무하다 서울로 이직하게 되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발품 팔아 집을 알아보기에는 힘든 그때, 서울에 있는 친구가 추천해 줘서 알아보게 된 곳이 사회주택이었다. 그중 자몽 셰어하우스 첫 입주자 모집공고에 평일에 반차까지 쓰고 4시간이 걸려서야 셰어하우스에 도착했다.

  깨끗하다는 첫 이미지와 1인실로만 운영되는 14개의 독립공간,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넓은 거실과 은은한 조명으로 넓어 보이는 주방 등등 결벽증이던 모난 내 성격에도 딱 들어맞는 곳이었다. 첫눈에 반해 바로 방을 계약하였고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는 하나님이 날 도우신 게 아니라면 이 가격에 이런 곳을 입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생겨났다.

  생애 처음 셰어하우스에서 살게 된 내 경험에 빗대어 보자면, 대학교 4년의 기숙사 생활보다 더 윤택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공용공간 곳곳에 [마을과집협동조합] 관계자님들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는데, 주방에 냄비류, 그릇, 접시며 식기류 모두 넉넉하게 배치해 두셨고 화장지, 종량제 봉투뿐만 아니라 샤워실과 화장실에 슬리퍼까지 모자라지 않도록 놓아두셨다. 사회 초년생이나 학생들은 독립해서 살아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세심한 배려가 없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구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이제 생활한 지 16개월가량 되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직업군, 성격,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부대끼고 사는 것에서 오는 행복함과 정서적인 안정감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일어나 눈 비비고 헝클어져 있어도 창피하지 않고 서로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취미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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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꽃이 체험
잊지 못할 내 꽃 '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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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ng
<거실에서>

 

 

  나는 살면서 내 돈 주고 꽃을 사 본 적이 없다. 살아있는 식물을 가꾸는데 똥 손인 내가 두려워 꽃을 멀리하는 내게 입주자 동생이 남대문 꽃 시장에서 한가득 사와 나눔을 해줬다. 나라면 절대 사지 않고 눈으로 바라만 봤을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와 나눠주는데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받아버렸다. 화병도 없고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만 크던 내게 능숙하게 빈 페트병을 종이에 감싸 리본까지 예쁘게 달아 꾸며주는 동생 덕분에레리라는 이름까지 붙여 내 생애 처음으로 꽃 친구를 만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키우는 꽃이기에 절대 죽일 수 없다 다짐하며 꽃에 좋은 말을 해주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지식in(?) 말을 믿고 예쁘다~ 예쁘다~” 하며 사람 대하듯 귀하게 키우다 보니 어느새 작았던 봉오리들이 만개해서 기분 좋은 꽃내음이 내 방 한가득 채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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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면 따릉이 체험 Easy~
다이어트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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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을 달리며>

 

 

 

 

  서울은 지방보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고 접근이 용이 한데다 사용법도 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매우 놀랐다. 혼자 살았다면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버스나 지하철만 이용하고 굳이 따릉이를 이용하려 하지 않았을 텐데 함께 사는 자몽 식구들 덕분에 좋은 팁들을 많이 배운다. 우리 집에서 따릉이 타고 10분만 나가면 [불광천]이라는 곳에 도착하는데 열심히 달리다 보면 한강과 이어져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경치도 구경하고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소소한 것이라도 혼자라면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일들을, 함께 하기에 재미를 느끼고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샘솟게 만들어 준 우리 자몽 친구들이 참 사랑스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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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운동했다~
자몽 하우스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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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함께 만든 음식 모아 party~>

 

 

 

 

 

 

  똥 손임을 인정하는 내게 제일 어려운 것은 [요리]이다.

  처음 입주할 때만 해도 네 손으로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 다행이다라고 걱정 어린 말씀을 던지신 엄마처럼 나 역시 요리란 먼 세계의 이야기였다. 라면 물조차 못 맞추던 내가 자몽 친구들의 요리 실력을 보며 점차 부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각종 조미료며 냄비, 프라이팬 등 전문 장비(?)까지 구입해 그들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는지 자몽 친구들은 내가 요리하려 할 때마다 하나둘씩 내 옆에 전담 마크처럼 붙어 서서 쿠킹클래스를 시전해 주었다. 엄마에게도 안 배우던 요리를 해보려 노력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신기하고 즐거웠었는데 점 차 내 음식이 먹을 만해진다는 사실에 나보다도 자몽 친구들이 더 감격해 했다게다가 자몽 친구들은 놀기도 잘 놀고, 잘 먹으며, 잘 웃는다.

  춤을 잘 추는 아이, 레크리에이션 강사처럼 잠시도 게임을 멈추지 않고 진행하는 아이, 연애 상담을 진지하게 해 주는 아이, 말수는 없지만 옆에서 엄청난 리액션으로 청중의 올바른 예는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아이 등등...

  언제나 이런 친구들과 함께 거실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하루 일과를 나누다 보면 별것 아닌 일상임에도 코미디 같은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끼게 되어 이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하루 일과가 힘들어 지쳐 들어올 때에도......
축하할 일이 있을 때에도......
취업에 실패해 좌절하며 집에 들어올 때에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가족처럼 그들을 반기며,
함께 웃고 울어주고 응원하는 자몽 식구들이 곁에 있기에 오늘도 우리들은 힘겨운 이 시기를 버텨낼 힘을 얻는다.

 

 

 

 

 

 

 

* 본 원고는 사회주택 살맛나에 참여한 입주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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