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이야기

‘을’도 아닌 ‘정’쯤 되는(김다혜님)

by 따뜻한사회주택기금 posted Jun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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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주택을 선택한 이유

 

사회주택명: 민달팽이 연희
운영기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작성자: 김다혜

  

 

  

도 아닌 쯤 되는

  취준생에게 가장 막막한 것은 취업일까?

  2019년 졸업을 앞두었던 내가 그 질문을 받았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했을 테다. 그때 나는 취업보다 급한 게 있었다. 당장 살 곳을 정하는 일. 대학을 다니면서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내내 기숙사를 이용했다. 취업도 취업이었지만, 졸업과 동시에 거처를 정하는 과정에서 무기력감을 많이 느꼈다. 서울은 넓고, 집은 이렇게나 많은데 갈 곳이 없었다. 적은 보증금과 월세로 괜찮은주거환경을 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결국 잠드는 시간은 자꾸 늦어졌다.

  내 조건에서 갈 수 있는 곳을 생각해보니 자연스레 셰어하우스를 알아봤다. 그런데 그마저도 집에 대한 나의 권리를 지킬 수 없는 곳이 대다수였다. 임대인인 과 임차인인 이 아니라, 임차인에게 세를 받는 쯤 되는 위치랄까. 주택 관련 서류를 살핀다는 이유로 다른 집을 알아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어차피 나는 임차인이 아닌 이었으니.) 건물주가 아니라, 임차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서울에선 꽤 어려운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민쿱을 만나다

  궁지에 몰려서였을까.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하 민쿱’)을 비로소 떠올렸다. 이전부터 지인을 통해 단체에 대해 대강 알고는 있었지만 바로 떠올리진 못했다. 동네서점에서 민쿱에서 발행한 〈원룸상식사전〉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걸 토대로 집을 계약할 때 필요한 최소 상식을 습득했던 차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민쿱에서 진행한 예비 입주자 교육에 참석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지 않은지 묻는 시간이 생경했다. 서울에서, 돈이 없는 취준생이 집에 대한 선호를 묻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어서. 그런데 그 시간만큼은 참여한 사람들도, 활동가도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자유롭게 서로 묻고 이야기를 나눴다. 집을 찾느라 고생한 나 자신도 생각보다 살고 싶은 집’, ‘최소한 바라는 집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아직 직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다닌 학원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입주했다.‘민달팽이 2였다. 시설이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고, 아늑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간단한 간식과 차를 내어준 곳도 그곳이 처음이었다. 물론 입주를 하고 각자 바쁘다보니 룸메이트들과 함께 뭘 먹은 적은 별로 없었지만. 대신 매달 있는 반상회에서 다른 층에 사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한 건물 안에서 모두가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니, 이 건물 안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감각이 생겼다. 몇 달 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직장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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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연희 건물 외경

 

  그런데 이 2호집에서도 꽤 큰 단점이 있었다. 임대인과 조합 측의 계약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룸메이트가 수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1년 동안 룸메이트가 세 명이나 나고 들었으니까. 마지막으로 만난 룸메이트는 나와 생활패턴, 의사소통 방식이 많이 달라서 서로를 오해하기도 했다. 이제 곧 헤어질 사이인데, 굳이 오해를 풀어야 하나? 굳이 관계를 놓지 않으려 애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런 우리를 이끌어내서 한 식탁에 앉혀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 것이 2호집 사람들이었다. 룸메이트가 일찍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아침 8시부터 모였다. 그전에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대화를 나누니 오해가 풀렸고, 다행히 빈 호수가 있어서 룸메이트는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중에 물어보니, ‘집사이자 2호집에 대한 애정이 컸던 G2호집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2호집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이 끝이 났다. 대부분은 민쿱을 떠났지만, 나와 G를 포함한 네 명은 꼼마집으로 이주했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하나, 룸메이트가 너무 자주 바뀌었던 터라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었다는 점. , 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는 점. , 역시 금액….

  ‘꼼마에서 거의 한 해를 보낸 우리는 연희가 완공되어 이곳으로 이주해왔다. 연희동으로 입주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회주택이 세워지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다. 아직 사회초년생인 나도 묵돈이 없었기 때문에 연희동의 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하나 싶었다. 절반은 부모님께 손을 벌렸고, 절반은 따뜻한사회주택기금의 도움을 받아 마련했다.

 

코로나와 사회주택

  며칠 전, 나눔과미래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코로나 전후 셰어형 사회주택에 살면서 달라진 점, 보완되어야 할 점에 대한 질문이었다. 코로나 이후 셰어하우스 형태의 사회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접촉 자체가 꺼려지는 시기이다보니, 셰어하우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꼼마에서는 코로나 확진자를 만난 지인과 함께 식사한 하우스 메이트가 있었다. 내가 조심을 해도 다른 메이트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모두가 전염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지만, 이후로 각자 더 조심하게 됐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사회주택 내부 커뮤니티의 모습은 많이 침체되기는 했다. 이전과 달리 반상회에서 무언가를 먹을 수도 없고, 반상회 자체가 딱딱해져서 참여율도 많이 낮아졌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지만,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잘 모른다. 대신 같은 호에 살고 있는 하우스 메이트들과는 더 가까워졌다. 내 경우 ‘2’, ‘꼼마를 거쳐온 사람들이 두 명이라서 그렇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줌으로 만난 다른 층 사람들 또한 그렇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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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실 내부 모습

 

  올 초에는 2030 여성들의 높아진 자살률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슬몃 들었다. 혼자 살았다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을까. 성향상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하우스 메이트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건물에 함께 사는 입주조합원들은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르는 다른 입주조합원의 생일마다 엘리베이터를 꾸민다.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진 종이나, 톡방에 축하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특별한돌봄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하우스메이트들은 방 밖을 나와 마주치면 서로 가볍게 말을 걸고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묻기도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누군가 안부를 묻고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다는 것. 사소하지만 일상을 지탱하는 건 특별한 돌봄이 아닌 소소한 돌봄이다. 경제적 이유, 지리적 요건도 중요하지만 이 또한 이곳에 살고 있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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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실 바깥 모습

 

 

 

 

 

 

 

 
 
 

 

 

 

 

 

- 본 글은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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