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이야기

사회주택에서 보낸 세 계절(유희원님)

by 따뜻한사회주택기금 posted Apr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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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바빠져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해 아쉬움도 있지만, 사람들을 알아가고 함께하는 과정이 그저 즐겁다. 나와 함께 살았고 또 함께 살아갈 모든 사람들이, 평온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 본문 중 -

 

 

 

사회주택에서 보낸 세 계절

 

 

 

 

사회주택명: 녹번동 사회주택
운영기관: (주)두꺼비하우징
작성자: 유희원

 

     

 

   내가 사는 셰어하우스는 이 층짜리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다처음 이 집을 고른 이유는 조용해 보였고 부엌을 공유할 수 있어 주방 집기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여러 사람이 사니까 다른 사람의 커피메이커나 집기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의 호칭은 전부 이다.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쓴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기 때문에 심적으로 적당한 거리감을 필수로 지켜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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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파티>

 

 

   셰어하우스에 살면 사람들이 살다가 나가는 걸 볼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마지막에 나간 광은님의 생일축하 파티이다. 같이 사는 현재님이 작은 케익을 사고, 거기에 촛불을 꽂아 광은님이 집에 올 때쯤에 모두 불을 끄고 있다가 깜짝 파티를 해주었다. 지금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사회주택살맛나_유희원_02.jpeg

<새끼 고양이>

 

   두 번째 사진은 우리 집에 살던 새끼 고양이이다. 식구 중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양이 밥 주는 계를 만들어서 고양이 사료를 10KG 큰 포대로 사서 밥을 먹인다. 집 앞에 고양이 사료를 놓으면 참새와 비둘기들까지 와서 먹는다. 한창 고양이 계가 활발하던 때는 집 앞이 거의 뷔페 수준이었다. 고양이들이 포동포동해졌고 새끼 고양이 군밤이(사진)는 마당에 인기척이 나면 쓰다듬어 달라고 강아지처럼 다가왔다. 군밤이는 새끼 때부터 이 집에서 크던 고양이인데, 사람을 잘 따르고 엄청 귀여웠다. 고양이 계를 하던 현아님이 이사 갈 때 군밤이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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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잇는 커피>

 

   2인실에 거주할 때 내 룸메이트였던 은비님은 카페에서 알바를 했던 바리스타였다. 은비님은 도자기로 된 드리퍼와 칼리타의 드립서버(내림통), 목이 길쭉한 바리스타용 주전자와, 통에 몇 그람의 커피를 올려놓았고 물을 따랐는지 잴 수 있는 전자저울을 갖고 있었다. 은비님은 고향의 괜찮은 카페에서 사 온 원두로 커피를 내려 주었는데, 그람 수까지 재서 내린 커피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은비님의 생일날 온도계를 선물했다. 섬세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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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장>

 

   이 층 옆방에 살았던 병권님은 요리를 좋아했다. 나는 자취하면서 새우장을 담가 먹는 사람을 처음 봤다. 온라인으로 생새우를 사서 배송이 오면, 양파와 레몬, 파 같은 것을 넣고 간장을 부어 며칠을 둔다. 그러면 새우장이 완성된다. 병권 님 덕분에 집에서 푸딩, 생선회, 볶음밥, 감자튀김, 감자 샐러드 같은 맛있는 음식들을 먹었다. 같이 살던 다른 사람들도 함께 돈을 보태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한 번은 꽃게를 사다가 삶아 먹고, 라면까지 끓여 먹었는데, 제주도에서 먹었던 해물라면보다 맛있었다. 막 코로나가 시작됐을 봄 무렵에는 달고나 커피를 해 먹었다. 카누와 설탕을 섞어 엄청나게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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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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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나는 요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바빠져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해 아쉬움도 있지만, 사람들을 알아가고 함께하는 과정이 그저 즐겁다. 나와 함께 살았고 또 함께 살아갈 모든 사람들이, 평온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본 글은 '2020년 사회주택 입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 입주민께서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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