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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이야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등 다채로운 조직들이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주택에 각기 다른 동기로 입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주택 현장, 함께 사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살맛나고 밥맛나는 청년누리


사회주택명: 청년누리(서울시 서대문구)
작성자: 청년누리 임예은

 

이전에는 직접 밥을 해먹는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사회주택에 살게 되면서 요리를 하기에 여유로운 공간이 갖춰져 있었고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요리를 하고 나누어 먹는 즐거움을 사회주택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울 이곳저곳의 맛집을 찾아다니던 내가 집에서 밥을 해먹기 시작했다. 직접 재료를 사다 밥을 차려 먹는다. 주말이나 아침 시간을 이용해 회사에 가져갈 도시락을 싸기도 한다. 이렇게 내가 먹을 식사를 챙기는 데 신경 쓰게 된 것은 좀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다. 음식이 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씩 발견해 나가면서 내가 알고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요리를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첨가물이 가득 들어찬 정체불명의 식품을 먹는 것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칼로리는 채워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건강은 보장하지 못할 테니까.

  그런 이유에서 세 끼 중 두 끼니를 내가 만든 음식으로 먹고 있지만, 셰어하우스에 살지 않았다면 나는 이런 생활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룸에 살았더라면 매번 요리할 때마다 나는 냄새가 옷이며 집 온 구석에 배어 빠지질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아침마다 출근 전에 옷을 꺼내 입다가 향긋한 섬유유연제 냄새 대신 어제와 그저께 만들어 먹었을 온갖 음식 냄새가 뒤섞인 정체불명의 냄새를 맡았을 것이고, 요리하는 것 자체를 관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셰어하우스는 주방과 내가 거주하는 방이 분리되어 있어 그럴 걱정이 없다. 사실 가정을 꾸리거나 충분한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 거실, 주방, 개인방 등 공간의 역할이 분리된 주택에 살지 않고서는 요리마저도 부담이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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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내부>

  1인 가구의 다수가 공간이 제대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곳에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요리를 하든, 취미생활을 하든, 무언가 좋아하는 것을 놓든 공간상의 제약이 생겨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당연하게 누렸던 생활들이 독립 후 혼자 사는 공간에서는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에 사는 것이 맞을까? 대부분의 자취하는 사람들은 ''에 살고 있다. 온전한 집의 기능을 누리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혼자 살아야 한다면 그 모든 것이 갖춰진 집에 살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제 막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오려 하는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상 제대로 된 집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최저주거기준조차 갖춰지지 않은 공간에 사는 청년들은 너무나도 많다. 특히 서울에 사는 경우 인구밀집도도 높은 만큼 주거공간도 최소한의 면적에 부엌, 화장실, 목욕시설 등을 욱여넣은 탓에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집을 떠나 타지에 와서 생활하는 1인가구 청년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몸 뒤척이기도 힘든 고시원에서 옷장이 없어 천장에 걸어놓은 옷을 바라보다 잠들지도 모른다. 침대에 누워서도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것이다. 혼자 살기 시작한 많은 청년은 안전한 집과 마음 둘 공간과 안락한 휴식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여럿이서 

함께 산다면 어떨까?

  같이 쓸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할 수 있어 짐이 가벼워지고, 공간이 확보된다. 우리 층에 사는 6명이 각각 원룸에 살았다면 화장실도 6, 싱크대도 6, 현관도 6개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셰어하우스에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합치니 화장실도 그만큼이나 필요하지 않고, 싱크대도 하나만 있으면 된다. 다용도실과 창고로 활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함께 쓰고 있어, 내가 자는 방에 세제나 쓰레기봉투 같은 잡다한 물품들을 들여놓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요리할 때도 넓은 식탁과 조리대를 활용해 한 번에 여러 가지의 작업을 척척 해낼 수 있다. 1층으로 내려가면 커뮤니티실에 통삼겹살 껍질이 바삭바삭해지도록 멋지게 구워 줄 오븐도 있다! 셰어하우스의 여유로운 주방공간은 나에게 갈비찜, 시래깃국, 풀드 포크, 닭다리살 튀김 등 다양한 음식에 도전해 볼 용기를 가득 불어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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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공유물품>

  그리고 함께 사용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셰어하우스에 기본으로 갖춰진 식기와 냄비 등이 있었고, 자취하던 사람들이 가져온 다양한 후라이팬이나 작은 냄비, 주걱과 국자 등의 주방도구, 심지어는 베이킹용품까지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요리할 때 쓰는 설탕, 소금, 된장, 굴소스 같은 기본적인 재료들도 공용공간에 두고 나눠쓰게 되니 추가로 사지 않아도 되어 결과적으로 식재료가 공간을 차지하는 부분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자주 쓰지 않는 식재료를 공유하니 서로가 이전에 시도해 보지 못했던 색다른 요리를 해볼 수도 있었다. 누군가 공용 칸에 가져다 놓은 레드와인식초를 보며 어떤 음식에 활용해 보면 좋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냉장고 공용칸에 있는 버터가 생각나 해 먹고 싶은 요리를 시도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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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텃밭>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식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는 일도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을 나누는 습관도 생겼다. 서대문구에서 받아온 상자텃밭을 책임지고 길러준 집사람 덕택에 우리는 신선한 상추를 직접 따서 잘 구운 고기에 싸먹을 수 있었다. 바질을 심어달라고 했던 나는 바질이 어느 정도 줄기가 올라와 이파리들이 제법 자랄 때부터 틈틈이 물을 주고 잎을 따주며 애지중지했다. 반상회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실에 모이던 어느 날, 나와 몇몇 사람들은 잘 자란 바질 잎을 따서 견과류를 넣어 잘 갈아 바질페스토를 만들었다. 빵 위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바질페스토와 올리브를 올려 오븐에 구워낸 피자토스트를 반상회에 온 집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집에서 식재료를 조달해 번듯한 한 끼를 차려 먹을 수 있다니! 독립한 사람으로서의 자질이 하나 갖춰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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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페스토>

  요리에는 영 소질이 없을 것만 같았던 내가 이렇게 근사한 메뉴들을 만들어 내다니.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내가 만든 음식들이 맛있다고 해준다. 어떤 음식들이 서로 어울릴까 생각하며 우리 집 사람들과 메뉴를 구상하고 함께 먹을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다. 함께 먹는 밥맛은 더욱더 훌륭하다. 때로는 함께 앉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게 함께 해서 살맛나는 일상이다.




 

* 본 원고는 사회주택 살맛나에 참여한 입주민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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